위기는 파도와 같다. 한 고비 넘어선 순간, 또 다른 고비가 넘실거리며 찾아온다. 선발 야구가 이뤄지며 안정감을 찾는 듯 했던 한화 이글스가 또 다른 위기 상황을 만났다. 심각한 득점력 저하. 타선의 결정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고 있다. 급기야 올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겪지 않았던 3연패에 이어 4연패까지 당했다. 쉽게 넘길 수 없는 위기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좋은 경험을 한 뒤에 곧바로 최악의 위기가 이어졌기 때문. 바로 10여일 전만 해도 한화는 상승세로 순항하는 듯 했다. 천적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9~11일 대구 원정 3연전에서 무려 7년 만에 스윕으로 물리쳤을 때만 해도 이런 위기를 예상키 어려웠다. 하지만 이 때가 상승곡선의 최고점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특히 지난 17일 대전 SK 와이번스전부터 2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4연속 패배를 당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득점력의 저하에 있다. 4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당 평균득점이 12점에 그쳤다. 갈수록 득점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19일과 20일 NC전에는 총 4점밖에 내지 못했는데, 19일 경기 1회에 3점을 낸 뒤 20일 경기 7회가 돼서야 1점을 뽑았다. 중간에 14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참담한 공백이 있었다. 현재 한화 위기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역시나 결정력이 떨어진 게 득점력 저하의 핵심 요인이다. 부지런히 누상에 나가긴 하는데, 홈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잔루가 경기당 평균 10개씩 나오고 있다는 게 이런 현상을 입증한다. 20일 경기에서도 정확히 10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무려 세 번의 만루 찬스에서 겨우 1점 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1대4로 진 점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7회 1사 만루 때 강경학의 1루 땅볼로 겨우 1점을 낸 것이 전부다. 6회 1사 만루 때는 최진행의 안타성 타구가 3루수 지석훈에게 직선타로 잡히면서 3루주자였던 강경학까지 귀루하지 못해 더블아웃을 당한 게 뼈아팠다.
9회 1사 만루 때는 강경학이 허무하게 2루수 앞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를 끝내고 말았다.
원래 타격은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법이다. 그래서 현장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타격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타격감이 한없이 떨어졌을 때는 사실 마땅한 해법이 없다.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타순을 바꾸거나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또 특별타격훈련을 통해 타자들의 밸런스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이런 점을 잘 안다. 기본적으로 연습이 성과를 만든다는 신념이 있는 김 감독은 특타를 자주 애용하고, 타순 조정도 즐겨 쓴다. 하지만 그 역시 100% 맞는 해법이라 할 순없다.
결국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새로운 각오와 집중력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기술적인 면에서는 특별히 보강할 점이라 할 만한게 없다. 타격 부진의 상당부분이 심리적인 면에서 온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한화 선수들의 강한 자기 반성이 먼저 선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