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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소수의견' 배심원 나오는 韓법정드라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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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소수의견'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김성제 / 주연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 배급 시네마서비스 / 개봉 2015년 6월 24일

시작 전부터 용산 참사를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소문에 말도 많았지만 베일을 벗은 지금 '소수의견'은 한 편의 잘 만든 법정드라마일 뿐이다. 사회 부조리나 강자에 맞서는 약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소재다. 이를 두고 작품을 폄하하거나 정치색의 프레임을 입힐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소수의견'은 윤진원(윤계상)이라는 지방대 법대 출신 국선 변호사, 말하자면 변호사 세계 안에서는 약자로 평가받는 이가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 전경과 용역직원, 그리고 시위자의 살인사건을 가미해 미스터리 구조로 만들어냈다. 여기까지는 법정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흔한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까가 바로 '소수의견'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터. 김성제 감독은 이 고민을 무리없이 풀어내며 웰메이드 법정극을 내놨다. 윤진원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게 되는 과정이나 홍재덕(김의성) 검사가 저지른 비리,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는 과정 그리고 클라이맥스의 대립까지 물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소수의견'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여기에 마치 할리우드 법정 드라마를 보듯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등장시켜 배심원들까지 설득하려는 검사와 변호사의 모습은 그동안 한국 법정극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였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판사, 증인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하는 현실, 거대 권력 앞에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밖에 없는 약자 등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보는 이들을 더 씁쓸하게 한다. 2013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영화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이 깔끔하다. 유해진 이경영 권해효 김의성 등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야 그렇다 쳐도 윤계상 김옥빈 등 젊은 배우들의 호연도 '소수의견'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윤계상은 작품을 거듭할 때마다 점점 좋은 배우에 다가가는 느낌이고 김옥빈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다. 하다 못해 국민참여재판 전용 검사로 등장하는 신인 오연아의 연기도 볼만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