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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발탁 주세종 보낸 부산구단 "쫄지마"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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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의 변명기 대표는 지난 3일 K리그 클래식 부산-울산전이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맞이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8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을 때다.

변 대표는 슈틸리케 감독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우리 (주)세종이 눈여겨 봐달라'는 요청도 했다"며 웃었다.

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은 예비명단에 포함된 후보였다. 예비 후보인 만큼 당장 23명 명단에 들어갈 수 없더라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23명에 당당히 발탁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변 대표의 이런 마음은 부산 구단 사무국 직원들도 같았다. 현재 객관적인 선수 구성상 태극전사를 배출하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다. 부산은 그동안 구단 운영비와 유망주 육성 등을 위해 대표급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냈기에 강팀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태극전사를 보유하지 못한 부산 구단에 경사가 생겼다. 주세종이 8일 전북 수비수 김기희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된 것. "우리도 국가대표를 보유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던 꿈이 이뤄졌다. 부산이 국가대표를 배출한 것은 2013년 11월 이범영 박종우(현 광저우 퓨리)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지난해 말 이범영이 '슈틸리케호'의 제주훈련에 부름받았지만 2015 호주아시안컵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부산으로서는 당장 K리그 전력에 공백이 생기더라도 국가대표 주세종의 장래와 구단을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다. 주세종이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프로축구 부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주세종은 2012년 부산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2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유망주 육성에 능한 윤성효 감독이 꾸준히 키워 온 결과물이어서 구단 입장에선 더욱 반갑다.

부산 식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주세종을 대표팀에 보내줬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가슴을 졸이며 "제발 쫄지마!"라고 외쳤단다. 과거에 겪었던 아픈 에피소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당시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예선 준비를 위해 K리그를 점검하러 다닐 때의 일이었다. 부산 선수들은 조 감독의 경기 관전 소식을 미리 알았다. 보통 대표팀 감독의 K리그 방문은 조용히 이뤄지는데 하필 관련 정보가 흘러나갔다. 당시 대표팀 가능권에 속한 선수는 김창수와 한상운 임상협 등 3명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이들에게 쏠렸다.

하지만 이게 웬걸. 김창수 등 3명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긴장하는 바람에 조 감독이 보는 앞에서 평소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기대했던 3총사는 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09년 이후 2년 만에 대표팀 승선을 노렸던 김창수는 1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2012년 다시 발탁돼 지금까지 붙박이가 됐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부산 구단 직원들은 "평소에 그렇게 잘 하더니 막상 대표팀 감독 앞에서 고전하는 바람에 보는 사람도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이후 대표팀 감독의 방문은 선수단에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번에 기대하지 못했다가 갑작기 발탁된 주세종에게도 같은 마음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매의 눈' 앞에서, 걸출한 국가대표 사이에서 절대 긴장하지 말기를…."

윤성효 감독은 주세종에게 "하던 대로 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단 식구들의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