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정규시즌 MVP도 절대 꿈이 아니다. 이 선수가 MVP가 된다면 진짜 눈물의 스토리가 완성된다.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의 얘기다.
강민호의 방망이가 뜨겁다. 홈런을 또 쳤다. 강민호는 7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0-0이던 4회 선제 투런포를 날려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홈런 덕에 롯데는 4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19번째 홈런이었다. 6월 들어 열린 5경기에서 홈런 4개를 추가했다. 무서운 페이스다. 시즌 초반부터 홈런쇼를 선보이며 멀찌감치 도망가는 듯 했던 외국인 홈런 타이틀 경쟁자 테임즈(NC 다이노스)와 나바로(삼성 라이온즈)를 따라잡았다.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의 16개 기록에 훨씬 앞서있다. 자신의 홈런 커리어하이 기록인 23개를 넘어서는 것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런 것들만 봐도 강민호의 올시즌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홈런 뿐 아니다. 52경기 3할4푼1리의 고타율이다. 타점은 무려 54개다. 타율 7위, 타점 3위 기록이다. 공갈포가 아니다.
현재 방망이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강민호는 포수라는 점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고 투수 리드 등으로 머리가 아픈 포수가 타석에서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인다는 것은 엄청난 플러스 요소다. 그렇다고 포수로서 수비에서도 소홀하지 않다. 강한 공격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비가 부족하다는 잘못된 인상 때문이지, 현재 리그에서 강민호보다 나은 투수 리드, 수비력을 가진 선수를 꼽으라면 딱 지목하기 힘들다. 최근 롯데 투수들은 승리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민호의 리드 덕분"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강민호가 고참이어서, 팀 내 입지가 탄탄해 단순히 립서비스를 하는 내용의 코멘트가 아니다. 진짜 리드가 좋았다는 의미다.
지금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MVP 최유력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홈런 타이틀을 따내지 못해도 충분하다.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고 포수로서의 능력을 지금만큼만 보여준다면 활약의 순도를 따졌을 때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
마지막 고비는 팀 성적. 아무리 개인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더라도 팀 성적이 어느정도 뒷받침 되지 못하면 점수를 잃을 수 있다. 마지노선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사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비아냥을 들어야했던 롯데이기에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해도 극적 반전이다. 그 반전을 강민호가 이끌었다고 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만약, 올시즌 강민호가 MVP 영예를 안는다면 83년 이만수(삼성) 2000년 박경완(현대 유니콘스) 이후 3번째 포수 MVP가 될 수 있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전 75억원의 거액을 받고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극도의 부진 속에 '먹튀' 오명을 쓰며 마음 고생을 했다. 강민호는 "항상 관중들의 환호만을 받다 난생 처음 비난을 들으니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랬던 롯데의 간판스타가 절치부심 부활한다면 최고의 스토리텔링이 된다. 여기에 최근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돈을 받고 난 후 책임감을 발휘하기 보다는, 훈련과 경기에서 조금은 나태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그리고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해 반짝 열심히 한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이 와중에 선수가 부족하다며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프로야구 전체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 하지만 강민호와 같은 모범 FA 선수들이 나오면 나올수록 프로야구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당연히 FA 자격을 추후 얻을 야구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