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올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제자 송은범에게 2군행을 지시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속마음이 꼭 그랬을 것이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쓰고 싶었지만 그 노력이 계속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김 감독은 강한 질책의 의미로 송은범을 2군에 보냈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엔트리를 일부 변경했다. 송은범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외야수 김태완이 들어왔다. 전날 kt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간 송은범은 1⅔이닝 만에 6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조기 강판됐다. 이런 식으로 망치는 경기가 매번 반복됐다. 송은범은 선발로 복귀한 지난 5월9일 잠실 두산전부터 전날 kt와의 경기까치 6번 선발로 나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특히 5월15일 대전 넥센전부터 6일 kt전까지 5경기 가운데 5이닝을 넘긴게 단 한 번 뿐이다. 이 5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1.66이나 됐다. 이 정도면 완벽한 '선발 실격'감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균 3이닝을 못버티는 바람에 송은범이 나선 경기에는 불펜 소모가 극심했다. 이는 다음 경기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혼자만의 부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전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김 감독도 이런 송은범을 그냥 놔둘 순 없었다.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선수 스스로 부진의 원인을 찾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실망을 했다. 김 감독은 그래서 송은범에게 '기약없는 2군행'을 지시했다. 복귀까지 정해진 시간같은 건 없다. 투구 밸런스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되찾아야만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강한 질책의 메시지로 보면 된다.
김 감독은 이날 2군으로 내려간 송은범에 대해 "마운드는 싸우기 위해 올라가는 곳이다. 그런데 (송은범에게서는) 투쟁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건 구위나 기술 이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은범이 최고 150㎞, 평균 140㎞대 후반의 강력한 공을 갖고서도 늘 타자와의 승부를 피해가는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김 감독은 송은범이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전까지는 1군 무대에 부르지 않을 방침이다. 김 감독은 "(송은범은)긴 여행을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다"며 복귀 시점이 멀어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정신 자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 그래서 김 감독은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1군에 돌아오는 건 전적으로 송은범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스승의 강한 질책이 송은범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어떤 희망적인 전망도 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송은범이 변하지 않고서는 1군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