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유엔이 남북통일에 '중대하고도 대대적인'(crucial and massive)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웨더헤드 동아시안 연구소'(Weatherhead East Asian Institute)가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후원으로 4일 뉴욕 맨하탄 '웨스틴 호텔'(Westin Hotel)에서 개최한 '유엔과 한반도: 이전, 현재와 장래의 역할'(The United Nations and the Korean Peninsula: Antecedents, Current and Prospective Roles)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북한 체제 붕괴가 '하드 랜딩'(hard landing) 또는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을 하든 일단 발생하면 남북통일 과정에 유엔이 한반도와 지역 안보 및 평화 유지에서부터 난민 사태 등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깊숙이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반도에 대한 유엔의 역사적 역할'을 주제로 한 모두 발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직후인 1947년 유엔이 제2차 총회에서 한반도 통일과 독립을 위한 한국인들의 민주·자유 선거를 치르기 위해 임시 한국위원회를 설립토록 한 총회결의를 상기시키고 북한이 붕괴되면 "유엔이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그 결의에 따른) 위임을 성사시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 국무부 출신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유엔의 각종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받으면서 유엔과 그 이외 관계에는 종전과 현재처럼 거리를 둘 것"이라고 분석한 뒤 "미래에 유엔은 한반도에서 한국의 파트너로서 대대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에 그날(한국과 유엔은 함께 북한 체제 붕괴)을 대비해 조용하게 준비를 시작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북한 체제가 붕괴됐을 때 (한국과 유엔이) 준비가 안 돼 있을 경우 한반도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악몽'(unthinkable nightmare)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출신이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윌리엄 뉴콤 존스 홉킨스 대학 미·한국 연구소 객원연구원도 "북한 체제는 무기 또는 식량(Guns or Butter) 생산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세계 모델에서 벗어나 핵 프로그램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는 역사가 입증했듯이 재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지탱할 수도 없다"며 "미래가 없는 것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래 한반도에서 유엔의 역할은 안보와 평화보다는 이미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종 유엔 기구들의 활동이 비중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유엔의 한반도 개입은 인권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성윤 터프츠 대학 플레처 법·외교 대학원 교수는 북한 체제 붕괴와 함께 "유엔이 (한반도 통일에 있어) 1948년 당시와 같이 '본질적인'(essential)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본질적으로 바꿔놓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체제가 붕괴된) 북한 재건에 유엔은 '중대하고도 대대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일부 전망에 대해 "역사를 보면 중국은 매우 실용주의적(pragmatic)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치르는 대가가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그 때는 자국 이익을 위해 대북 입장을 다시 저울질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 북한이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 내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다"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한반도 문제 최고 권위 패널리스트들의 견해가 참석자들의 북한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는 유엔 직원과 외교관, 언론 특파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uskoreanews.com=신용일 기자 yishin@uskoreanews.com <스포츠조선-uskorea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