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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루카스, 생일에 성질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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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외국인 선발 루카스(30)는 5월까지 마운드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11경기에 등판 3승5패, 58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6.05를 기록했다.

루카스는 라커룸에서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마운드에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구심의 볼 스트라이크 판정에 자꾸 갸우뚱하는 제스처를 보냈고, 롯데전에서 최준석을 삼진으로 잡고 그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해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LG는 루카스의 향후 거취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팀 성적까지 9위로 처져 있어 루카스를 계속 믿고 기다릴 수도 없었다. 또 LG가 지난 겨울,계약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리즈가 최근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지명할당으로 방출된 상황이다. LG가 리즈와 접촉을 시도한다면 루카스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루카스는 3일 마산 NC전에서 호투했다. 이날은 루카스의 생일(1985년 6월3일)이었다. 이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5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1탈삼진으로 1실점(0자책)했다.

1회부터 3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는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4회에는 1안타 2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대타 조영훈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5회도 1안타 무실점한 루카스는 6회 나성범과 테임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두번째 투수 정찬헌에게 넘겼다. 포수 최경철의 송구 실책으로 테임즈가 홈인했다.

루카스는 경기 전 팀 동료 타자들의 타격폼을 흉내내 벤치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수다로 긴장을 풀었다. 다수의 선발 투수들이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는 준비 방식이 달랐다.

루카스는 이날 마운드에서 차분했다. 불필요한 제스처가 사라졌다. 또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졌다. 총 투구수 104개 중 스트라이크가 63개였다.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피칭했다. NC 타선이 4안타에 그칠 정도로 루카스의 구위는 뛰어났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 승부구를 뿌렸다. 1-0으로 리드한 4회 주자 만루 위기에서도 침착하게 승부해 막아냈다.

루카스가 이렇게만 던져준다면 LG 구단이 교체를 검토할 필요는 없다. 단 루카스가 꾸준히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