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집중력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보여줄 것은 '꾸준함'이다.
시즌 초반 슬럼프에서 허덕이던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회성(30)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있다. 최근들어 눈에 띄게 자신감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불안해보였던 눈빛과 위축됐던 스윙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격이 잘 안풀리고 있는 팀을 위해서도, 또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김회성 본인을 위해서도 이런 현상은 반길만 하다.
타격감 회복의 시기가 절묘했다. 최근 들어 한화 김성근 감독(73)은 김회성에 대한 희망의 기대치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었다. 김회성의 시즌 타율이 겨우 2할 초반에 그치는데다 득점권 타율은 간신히 1할을 넘긴 수준인 게 결정적 요인. 사령탑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회의적인 평가를 내릴 만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지난 2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무대를 다 만들어줬는데 그걸 못잡고 있다"는 푸념까지 했었다. 애제자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깊게 담겨있는 말이다. 김회성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픈 지적이다.
그런데 김회성은 이런 감독의 강성 발언 이후 극적으로 살아났다. 희미해져가던 기회의 밧줄을 다시 굳게 움켜쥔 셈이다. 21일 이후 치른 4경기에서 매경기 안타를 치며 이 기간 타율 3할3푼3리(15타수 5안타)에 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4경기에서 김회성의 장타율은 무려 7할3푼3리에 달했다. 출루율(0.412) 또한 높았다. 21일 인천 SK전과 22일 수원 kt전에 걸쳐 시즌 두 번째 연속경기 홈런까지 날렸다. 김 감독이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하지만 겨우 4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안심해선 안된다. 이제 겨우 가능성의 한 페이지를 보여줬을 뿐이다. 김 감독 역시 최근 김회성의 상승세에 대해 마냥 좋은 평가만 내리진 않는다. 심지어 여전히 '주전 경쟁'의 틀 안에 있는 선수라고 보고 있다. 2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주현상이 수비(3루)와 공격에서 무척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김태균이 빠져있어 김회성이 1루를 맡고 있지만, 김태균이 돌아오면 김회성과 주현상이 3루 경쟁을 해야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결국 김회성은 아직 완성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한 평가다. 선수의 가치는 '평균치'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며칠간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섣불리 평가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한 시즌 바짝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서 A급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야구계에서는 일정한 성적을 꾸준히 내는 선수를 진짜 좋은 실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한다.
때문에 김회성은 지금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한다. 분명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보여줬다. 그렇다고 안주해서는 안된다. 계속 이런 모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매 경기 홈런을 치라는 식의 황당한 주문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타율을 꾸준히 높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25일 현재 김회성의 시즌 타율은 2할2푼5리다. 최소한 이 수치가 2할7푼 이상으로는 올라와야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기회의 문은 다시 열렸다. 최근 4경기에서 한 것처럼만 하면 된다. 김회성의 분발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