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전북지역 하수처리시설의 수질검사 장치를 조작해 물의를 빚었던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번에는 안일하고 방만한 업무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바람이 약한 곳에 대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게다가 풍력발전기 설치 전에 실시하는 타당성 조사도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바람없는 곳에 웬 풍력발전기?
최근 수자원공사가 4년전 경인 아라뱃길에 설치한 2기의 풍력발전기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바람이 약해 설치하지 말아야 할 곳에 세워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1일 에너지정의행동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 수자원공사는 평균 풍속 초당 4.4m로 연평균 3633㎽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74억원을 들여 경인 아라뱃길의 풍력발전 사업을 강행했다. 이 정도의 전기 생산량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1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이곳의 평균 풍속은 초당 3.7m로 발전기가 처음으로 발전을 시작하는 풍속 3.5m를 간신히 넘어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기 생산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2기의 풍력발전기로 1776㎽h의 전기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의 당초 생산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수자원공사가 이들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팔아 거둔 수익은 2억5000만원. 발전기 설치비용 74억원을 회수하려면 30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풍력발전기의 수명이 20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엉뚱한 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 최소 수십억원의 돈을 낭비하게 됐다.
더욱이 풍력발전기 설치 과정에서 수자원공사의 풍속 '부풀리기'가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풍속을 측정해 타당성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설치공사 전인 2010년 11월부터 6개월 가량만 풍속을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은 바람이 상대적으로 강한 겨울과 봄이기 때문에 허술한 조사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013년 6억5000만원, 지난해에는 4억원의 수익이 발생해 2년간 연평균 5억3000만원 정도를 올렸다"며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풍속 실제 측정은 5개월간 진행됐으며 측정 기간에 있어서는 철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수질검사 장치 조작 비난도
앞서 수자원공사는 하수처리장 수질 검사 장치를 조작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초 수자원공사는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하수처리시설 두 곳의 수질원격감시장치(TMS)를 임의로 조작, 기준치를 넘긴 폐수를 방류한 사실이 정부 합동감사에서 적발됐다. 당시 오폐수 방치 의혹까지 일었다. TMS는 환경기초시설 방류수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환경공단에 보고하는 장치로, 수질감시 차원에서 하루 처리량 700t 이상인 환경기초시설에 의무적으로 달도록 규정돼 있다. 적발된 하수처리시설은 전북과 충남 등 약 100만명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진안 용담댐 상류에 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수자원공사는 지난 4월초 전북도청을 방문해 "TMS와 관련해 투명하게 법적절차를 따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 결과에 따라 위반사항이 나오면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장 직원이 수질초과를 우려한 나머지 과민 반응해 수치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현장책임자를 대기발령 시켰으며, 전문가 등을 긴급 투입시켜 수질시험을 병행한 처리공정을 안정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두 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