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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까치' 김두현, 탄천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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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헝다는 엄청난 돈으로 실력을 키운 팀이다. 그런데 그만큼 (연봉을) 받으면서 얼마나 잘하는 지 알고 싶다."

'두목까치' 김두현(33)은 즐거워 보였다. 모두가 성남이 광저우 헝다(중국)에 몇 골을 내줄 지에 관심을 두는 눈치였다. 광저우 헝다의 브라질 공격수 굴라트의 연봉이 성남 선수단 전체 몸값을 넘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두 팀의 차이는 확연했다. 그러나 김두현은 초연했다. "상대가 강한 만큼 우리도 강하게 나서야 한다. 광저우 헝다에 비해 연봉을 덜 받는 우리가 이기는 모습을 팬들도 원하고 있을 듯하다.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 김두현은 "광저우 헝다는 워낙 좋은 팀이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런 팀일 수록 이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시즌 초 우리가 약체로 분류됐는데, 상대들은 매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광저우 헝다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우리는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다. 분명히 우리가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팀과 다르다는 점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탄천운동장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와의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형광색 주장 완장을 왼팔에 차고 그라운드를 밟은 김두현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 뿐만 아니라 맏형으로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후배들을 이끌며 90분을 누볐다. 전반 23분엔 광저우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침착하게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조르징요에게 패스를 연결해 선제골을 도왔다. 전반 41분 황보원의 중거리포로 균형을 맞춘 광저우 헝다가 공세를 강화하자 후배들을 진두지휘 하며 역습을 이끌었다. 맏형의 자존심은 '아시아의 맨시티'로 불리우는 광저우 헝다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종료직전,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이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받기 위해 광저우 문전을 향해 뛰어가던 조르징요가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김두현은 긴 호흡 뒤 천천히 달려가 오른발슛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김두현은 두 팔을 벌려 벤치를 향해 뛰어갔고, 김학범 성남 감독의 품에 안겼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남의 2대1 승리로 승부가 마무리 됐다.

전반전이 마무리 됐을 뿐이다. 성남이 8강에 가기 위해선 27일 중국 원정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 1차전에서 패한 광저우 헝다의 공세, 5만여 현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싸워야 한다. 탄천벌을 뒤흔든 '두목까치'의 존재감이 다시 필요하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