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만큼 내용도 중요하다."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1라운드에 나선 황선홍 포항 감독은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 트리오' 라자르, 모리츠, 티아고를 모두 선발 라인업에 투입시켰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센터백 김광석은 왼쪽 풀백 자리에 배치했다. 김승대 황지수가 부상하고 고무열(퇴장) 박선주 손준호(이상 경고누적)가 징계로 빠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 였다. "공격의 누수가 큰 상황에서 상대 전술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힘 싸움은 가능할 것이다. 반전이 필요하다. 2~3경기 안에 (전술) 정리를 하고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황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광주전에 목을 맨 이유는 흐름 때문이었다. 포항은 앞선 10경기서 4승(2무4패)에 그쳤다. 지난 10일 성남전에선 2골차로 앞서던 승부에서 후반 막판 2골을 내주며 따라잡히는 등 집중력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패스축구'로 한국 축구를 평정했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반전이 절실했다. 하지만 앞선 수원전에서 완패한 광주도 사정을 봐줄 처지가 아니었다. 남기일 광주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뭔가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경기시작 10분 만에 황 감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수 라자르가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며 오른쪽 발목을 부상해 벤치로 물러났다. 광주와 '힘싸움'을 펼치겠다는 황 감독의 구상에 균열이 생겼다. 광주는 포항의 측면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포항이 후반 중반 타깃맨 박성호를 내보내자 장신 센터백 오도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맞대응 했다. 후반 막판 파비오, 김호남을 내보내 주도권을 쥐었으나 골 결정력에서 울었다. 0대0, 90분 승부는 허무하게 마무리 됐다.
포항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그쳤으나, 승점 15점(골득실 +2)이 되며 7위에서 4위로 3계단 점프했다. 광주 입장에선 유리하게 승부를 끌고 갔음에도 결정을 짓지 못한 게 아쉬운 승부였다. 광주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13점, 10위 자리를 지켰다.
똑같이 승점 1점을 나눠 가졌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황 감독은 "한 바퀴를 돈 만큼 (전술이나 선수단 운영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내 머릿속으로는 정리가 됐다. 주전 공백이 크고 변화를 줘야 할 상황이지만, 이제부터는 매 경기 결승전과 같은 집중력으로 임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반면 남 감독은 "강한 팀을 상대로 준비한 만큼 완벽하진 못했으나 잘 했다고 본다. 골 결정력 부분은 좀 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클래식 모든 팀과 한 경기 씩을 했다. 남은 일정도 우리 만의 축구를 펼치는데 집중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