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꾼다고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KIA 김기태 감독의 입장은 명확했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에 대한 입장이다.
험버는 16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등판했다. 4이닝 5피안타 5볼넷 4실점을 했다.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투구수가 무려 107개다.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항상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타자와 상대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연속으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기도 하고, 2사 3루 상황에서 폭투로 점수를 헌납했다. 스스로 무너질 확률이 높은 투구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계속 부진하다는 점이다.
4월22일 롯데전에서 5이닝 7실점, 지난 5일 NC전에서 5⅓이닝 6실점, 10일 넥센전에서 3⅔이닝 5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KIA는 선발진에 문제가 있다. 양현종(3승2패, 평균 자책점 1.98)은 절대적 에이스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조시 스틴슨도 준수하다. 3승3패, 평균 자책점 4.75의 기록. 하지만 8경기에 나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안정감이 있다. 때문에 팀의 원-투 펀치를 이루기에는 무리가 없다.
KIA는 마땅한 4선발과 5선발이 없다. 양은 풍부하지만, 믿을만한 카드가 부족하다. 현 시점에서 서재응과 임준혁 홍건희 등이 돌아가면서 4, 5선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유창식과 김병현이 다음 주 선발 로테이션에 한시적으로 가담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3선발은 매우 중요하다. 1~3선발이 굳건히 돌아갈 경우 KIA의 4, 5선발의 부재는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때문에 3선발 역할을 해야 할 험버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부진하다. 즉, 현 시점에서 양현종과 스틴슨이 자칫 부진하거나 부상을 입을 경우 자칫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부진한 험버의 교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설령 교체한다고 해도 그 선수가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험버가 계속 부진할 경우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KIA는 다음 주 유창식과 김병현이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한다. 때문에 험버가 빠진다고 해도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갈 수 있다.
즉, 김 감독의 복안은 부진을 극복할 수 있도록 1군 엔트리에서 일시적으로 제외,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다시 쓰는 B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 즉, 험버를 현 시점에서 퇴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에도 계속 부진하다면. 그때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