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노경은의 강렬한 호투는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16일 광주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주말 3연전 2차전.
7회 KIA가 황금 찬스를 맞았다. 4-5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뒤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좌선상 2루타로 1사 2, 3루의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확실한 승부처. 두산의 뒷문은 상태가 좋지 않다.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김강률의 부상과 마무리 윤명준의 난조로 인해 필승계투조가 많이 혼란한 상황이었다.
7회 두산은 함덕주 이재우를 연달아 투입했지만, 결국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두산 입장에서는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때 두산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을 투입했다. 전지훈련 당시 턱 미세골절로 개점 휴업한 노경은은 복귀 후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공 자체에 힘이 있었고, 최대 약점인 제구력도 좋았다. 결국 나지완을 낙차 큰 커브로 돌려세운 노경은은 이날 투런홈런을 때린 이범호 마저 삼진으로 처리했다. 1사 1, 3루의 위기 상황에서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두산. 하지만 노경은의 강렬한 반전으로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노경은은 9회 2사까지 KIA의 예봉을 막았다. 결국 두산은 9회초 김재호의 결승 2타점 3루타로 7대5, 승리를 거뒀다. 노경은은 승리투수가 됐다.
2014년 7월1일 광주 KIA전 이후 319일 만에 맛보는 승리. 구원승은 2012년 4월29일 잠실 KIA전 이후 1112일 만이었다. 공교롭게도 세 차례 모두 KIA가 상대였다.
노경은의 부활 조짐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두산은 상대의 맥을 확실히 끊어줄 수 있는 필승계투조가 없었다. 때문에 뼈아픈 역전패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경은의 이날 호투는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노경은이 잘 던졌다. 앞으로 투수 운용에 숨통을 틜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노경은은 이날 경기를 통해 구위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패스트볼이 살아난 느낌을 받았고, 덩달아 슬라이더도 좋아졌다"고 했다. 끊어 던지는 투구 메커니즘을 가진 노경은의 패스트볼 구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슬라이더의 각과 구속이 더욱 좋아진다는 의미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노경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제구력 불안으로 인한 심한 기복이다. 그러나 그가 구위를 찾아간다는 점은 확실히 두산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유일한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