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넘쳤다. 세계 최정상급 브라질도 잡겠다고 나섰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지소연은 13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여자대표팀의 훈련에 나섰다. 전날 입국한 탓에 선수단과 떨어져 홀로 회복 훈련을 했다.
표정은 밝았다. 선수들과도 수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여유가 넘쳤다.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6월6일~7월5일)은 지소연에게 첫 성인월드컵이다. 그럼에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준비했다. "첫 경기가 브라질이다. 차라리 잘됐다. 준비한대로만 한다면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당당한 선전포고였다. 지소연이 자신감 넘치게 던진 출사표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큰 무대 경험이 많다. 2008년 뉴질랜드 17세이하 여자월드컵과 2010년 독일 20세이하 여자월드컵에 출전했다. 뉴질랜드에서는 8강, 독일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큰 무대 대응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소연은 "모두가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10년 20세이하 여자월드컵에 나갔던 경험이 이번 대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 기간도 큰 도움이다. 지소연은 "이전까지는 항상 경기를 2~3일 앞두고서야 팀에 합류했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번에는 한 달이 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 최대한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선수들과의 대결도 겁나지 않는다. 지소연은 매주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뤘다. 지난 시즌 19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첼시 레이디스는 지소연 덕분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에도 진출했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지소연은 'WSL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런던 최고의 여자선수상''PFA 올해의 여자선수상'까지 받으며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았다. 지소연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받은 상이라 굉장히 기뻤다.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챙길 수 있는 값진 상"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든든한 동료들도 있다. 외신들은 한국을 '지소연의 팀'이라고 평가했다. 지소연은 여기에 반박했다. "아마도 우리 팀의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결코 나의 팀이 아니다"면서 "나를 막는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를 내줄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전 (기)성용이 오빠와 식사를 했다. 내가 월드컵에 나가 힘을 써야 한다고 밥도 많이 사주더라.내가 입은 첼시 유니폼을 보더니 '나는 돈주고 사야하는데 너는 공짜로 입냐'며 농담하더라. 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배려"라 말했다.
여자대표팀은 16일 능곡고(남자)와 연습경기를 가진다. 18일 출정식을 연 뒤 20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31일 미국 뉴저지 레드불 아레나에서 미국대표팀과 평가전을 가지게 된다. 6월4일 캐나다에 입성한다. 10일 브라질, 14일 코스타리카, 18일 스페인과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파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