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너스라도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응원가의 가사 일부다. 그동안 이 응원가는 안타깝게도 한화를 조롱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였다. 매일 지고, 꼴찌를 하는데 한화라서 행복하다는 가사 자체가 역설이었기 때문. 하지만 2015 시즌 한화는 행복하다. 성적도 좋고, 승패를 떠나 야구에 보는 재미가 생겼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흥행이 이를 제대로 증명한다. 한화는 5일 kt 위즈전 매진을 기록했다. 홈구장 6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이 세워졌다. 아쉽게 6일 경기에서 7경기 연속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1만3000석의 이글스파크에 평일 저녁에도 불구하고 1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외야 일부 좌석을 남기고 관중이 꽉 들어차 만원 관중과 비슷한 열기가 발산됐다. 한화는 올시즌 경기당 평균 8958명을 불러들여 홈 관중 동원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좌석 점유율이 69%나 된다. 지난해 정규시즌 평균관중 7424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선수들도 달라졌지만, 역시 김성근 감독의 티켓 파워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그가 만들어내는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사다. 유니폼 판매에서도 감독이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도 이런 한화 야구 흥행이 싫지 않은 반응. 그러면서 "앞으로 감독도 계약할 때 관중 동원 보너스 조항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화 관중 증가가 감독의 영향이라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걸 인정하는 건 아닌데"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실제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가 바비 발렌타인 감독과 계약할 때 관중 동원에 대한 보너스 조항을 포함시켰었다"는 뒷 얘기를 공개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05, 2006년 지바롯데 코치 시절 발렌타인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었다.
어찌됐든 김 감독의 농담성 발언이지만, 황당하기만 한 얘기도 아니다. 김 감독의 존재가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수치화하기는 힘들더라도, 새 감독이 팀을 바꿔놓은 결과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있는 건 확실하기 때문. 김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이미 계약을 맺었기에 새로운 보너스 조항이 추가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한화 야구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지며 김 감독의 재계약이 성사된다면 그 때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 감독의 관중 동원 보너스 조항이 삽입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