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또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김경언이 6회 역전 결승타를 날려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한화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7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전날 KIA전에 이어 2연승을 기록하며 시즌 14승(11패)째를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SK 와이번스와 동률을 이루며 공동 3위로 올라섰다. 반면 전날까지 단독 3위였던 롯데는 12패(14승)째를 당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치열한 공방 끝에 만들어낸 역전승이었다. 한화는 경기 초반 롯데에 주도권을 내줬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팀 동료였던 한화 외국인 선발 쉐인 유먼의 약점을 1회부터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롯데 타선이 준비한 유먼 공략법은 바로 '번트'.
1회 롯데 선두타자 아두치의 번트 안타를 시작으로 집요하게 번트를 대며 유먼을 흔들었다. 4회초 1사 때 유먼이 송창식과 교체되기 전까지 롯데 타선은 무려 5개의 번트를 시도했다. 여기에 휘말린 유먼은 송구 실책을 남발했고, 투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1회 2사 3루에서 최준석의 좌월 2점 홈런이 터졌다.
한화도 곧바로 반격을 했다. 0-2로 뒤지던 1회말 2사 후 3번 김경언이 중월 솔로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롯데가 다시 한번 강펀치를 날렸다. 4회초였다. 이번에도 번트였다. 선두타자 정 훈이 중전안타를 친 뒤 후속 김민하가 희생번트를 댔다. 그러나 공을 잡은 유먼이 1루에 악송구. 무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9번 문규현이 또 번트를 댔다.
그런데 여기서 미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타구가 1루 파울선상 안쪽으로 굴러갔고, 뛰어나온 1루수 김태균이 공을 잡았다. 홈에 송구하려 했는데 문규현이 앞으로 달려나와 김태균과 충돌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이 차례로 그라운드에 나와 항의했다.
이 감독은 김태균이 공이 없는 빈 글러브로 문규현을 터치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몸이 닿는 과정에서 오른손에 쥔 공으로 문규현을 터치했다. 김 감독은 문규현이 파울라인 안쪽 인필드에서 김태균의 정면을 막아 송구 방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3루주자 정 훈이 홈을 밟았다. 어수선한 과정 속에서 아두치와 손아섭의 연속 2루타가 터지며 롯데가 2점을 더 추가해 5-1로 앞서나갔다.
한화는 끈질겼다. 곧바로 4회말 선두타자 김태균의 1점 홈런과 1사후 김회성의 2루타, 정범모의 적시타로 2점을 추격했다. 그리고 3-5로 뒤진 6회말 4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2사 1, 2루에서 잉요규와 강경학이 연속 볼넷을 골라내 밀어내기로 1점을 냈다. 이어 2사 만루에서 김경언이 절묘한 밀어치기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려 전세를 6-5로 뒤집었다. 한화는 계속된 2사 1, 3루에서 김태균과 최진행이 다시 연속 볼넷을 골라내 7-5를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한화는 필승조를 총동원했다. 6회 2사에서 나온 정대훈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박정진이 7회 2사에 나와 2명의 타자를 범타처리했다. 이어 승리의 아이콘 권 혁이 8회 1사후 나와 1안타 1볼넷 삼진 2개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