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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교체 학습 효과' 초보 티 떼는 이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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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린드블럼을 바꾸는 타이밍이 안좋았지요. 현장의 어느 감독이나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지난 4월18일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에는 엄청난 충격의 날이 됐다. 잠실 만원관중 앞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9회말 상대 최주환에게 통한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고 대역전패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두산 선발은 롯데를 떠나 두산과 거액 FA 계약을 맺었던 장원준. 이 경기를 롯데가 잡았다면 당시 상승세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롯데 선발은 린드블럼이었다. 린드블럼은 8회까지 단 1실점하며 호투했다. 그 사이 롯데 타선은 5점을 뽑았다. 5-1 9회말. 린드블럼이 마운드에 또 올랐고, 누구나 롯데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 던지던 린드블럼이 선두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했다. 당시 투구수 109개. 상승 분위기의 롯데였기에 이종운 감독은 불펜진이 4점의 리드는 충분히 지켜줄 것이라 예상하고 린드블럼을 내렸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그 다음 린드블럼의 선발 등판. 24일 삼성 라이온즈전 린드블럼은 3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124개에 달했지만 이 감독은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5-2 리드에서 8회초 삼성이 린드블럼을 상대로 1점을 추가했기에 불펜 가동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두산전을 지켜본 A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경험 많은 A 사령탑. 먼저 "상대팀 감독님의 작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도 "두산전 린드블럼 교체 카드는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라고 했다. 린드블럼이 9회 첫 타자 볼넷을 내주기는 했지만 경기 흐름이라는게 있단다. 당시 상황은 두산 타선이 린드블럼에 압도당하고 있었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린드블럼으로 끌고 갔어야 하는게 보통 감독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아파서 던지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강력한 린드블럼이 내려가주면 애를 먹던 상대 타자들은 오히려 '땡큐'라는 것. A 감독은 "이 감독님께서 이 경기를 통해 많은 공부를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 감독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삼성전 린드블럼의 완투승을 만들어냈다. 불펜을 못믿어서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믿지 못한다고 해도 감독은 어떻게든 경기를 이기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두산전 학습효과가 매우 컸다.

그 효과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이 감독은 30일 넥센 히어로즈전 린드블럼에 이어 심수창 마무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심수창이 뒷 3이닝을 책임지며 4대2 승리를 지켰다. 심수창은 29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는데 비로 인해 이 경기가 취소돼 선발 등판이 밀렸다. 사실 이 감독은 30일 경기 심수창을 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1일부터 시작되는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 린드블럼-송승준-레일리를 모두 투입시킬 수 있었다. 악연이 있는 한화전 제대로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30일 넥센전 린드블럼을 예정대로 투입했다.

처음에는 심수창을 믿지 못해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심수창 히든카드를 숨겨놓고 있었다. 불펜이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현실적인 묘수를 찾은 것이다. 심수창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였다. 하루 전 던지지 못해 잇지 못할 뻔 했던 투구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화와의 3연전 어정쩡하게 투입됐다가는 다음 선발 등판 일정이 완전히 꼬일 수 있었다. 넥센전 화끈한 투구를 하고 4일을 쉬면 5일 경기 선발등판 하는데도 큰 지장이 없다. 많은 공을 던진 린드블럼이 하루 더 휴식을 취하고 6일 경기에 등판하면 된다.

이렇게 초보 이 감독은 경험을 쌓아가며 초보티를 떼어내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