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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 2골,1994년생 전남MF 이창민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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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올시즌 '촉'이 오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노상래 전남 감독은 서슴없이 2년차 미드필더 이창민을 꼽았다. 전남 훈련장에서 만난 '백전노장' 수문장 김병지의 눈도 같았다. 까마득한 후배 이창민을 극찬했다. "대단히 영리하다. 멘탈도 실력도 갖췄다. 중원에서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성향과 타이밍, 킥이 최고다. 아직 가진것의 30%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 감독이 지목한 에이스, 김병지가 '폭풍칭찬'한 올림픽 대표팀의 미드필더 이창민의 '포텐(잠재력을 뜻하는 게임용어)'이 '1강' 전북전에서 드디어 폭발했다.

이창민은 26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21분, 후반 17분 나홀로 2골을 몰아치는 맹활약속에 전남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의 22경기 무패 기록이 전남 2년차, 1994년생 에이스 이창민의 2골 앞에 속수무책 멈춰섰다.

이날 이창민의 몸놀림은 유난히 가벼웠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현영민 대신 전담키커로 나섰다. 측면에서 안용우와 눈빛 호흡도 돋보였다. 전반 16분 '광양루니' 이종호가 불의의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오르샤가 투입됐다. 전반 21분 이창민의 선제골이 터졌다. 문전 중앙에서 스테보가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오르샤에게 공간 패스를 찔러넣었다. 오르샤가 지체없이 올린 크로스를 이창민이 완벽한 타이밍에 쇄도하며 밀어넣었다. 1-1 팽팽한 흐름속에 후반에도 일진일퇴 공방은 이어졌다. 후반 1분 이창민이 측면에서 찔러준 킬패스를 이어받은 안용우의 왼발 슈팅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후반 9분 최강희 전북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에닝요를 빼고 에두를 투입하며 이동국과 투톱을 가동했다. 후반 13분 에두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14분 레오나르도의 슈팅은 골대 아래 모서리를 맞고 튕겨나왔다. 후반 17분 위기상황에서 '슈퍼루키' 이창민의 발끝이 또 한번 번쩍였다. 안용우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스테보가 전방쇄도하는 이창민을 향해 자로 잰 듯한 패스를 건넸다. 이창민의 골대 구석으로 침착하게 골을 밀어넣었다.

부경고-중앙대 출신 이창민은 2013년 이광종호의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을 이끈 에이스다. 지난해 자유계약으로 부천 입단 후 경남에 임대됐고, 2년차인 올해부터 전남 주전 미드필더로 나섰다. 프로 데뷔골을 전남전에서 기록했다. 전남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전남의 영입 1순위였다. 파브레가스와 박지성을 좋아하는 선수답게 영리하고, 희생적이다. 체력과 멘탈, 활동량, 두뇌 플레이를 두루 갖췄다. 올림픽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로서 지난 태국 킹스컵에선 심상민이 상대 수비수에게 공격당할 때 가장 먼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막아선 선수기도 한다. 대구 경산 출신인 이창민은 대구 시절 노상래 감독의 경기를 자주 봤다고 했다. 김태영 수석코치와의 인연도 있다. 2010년 부경고 1학년때 홍명보장학재단 수비클리닉 1기로 수업을 받았다. 신세계였다. "수비를 할 때 기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볼을 뺏는 게 수비인 줄 알았다. 수비를 머리로 해야된다는 걸 알았다. 짧은 기간이었고 김 코치님은 기억 못하실 수도 있지만 내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수비의 스텝과 기초를 배웠다"고 했다. 부경고 시절 오른쪽 사이드백을 소화했고, 프로에선 공수 미드필더 포지션을 두루 소화했다. 어리지만 담대하고, 침착한 선수다. 이날 결승골 직후 자신을 믿어준 스승 노상래 감독과 뜨겁게 포옹했다.

올시즌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이창민은 이렇게 답했었다. "저는 매년 목표가 같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작년보다는 발전하는 선수가 목표"라며 웃었다. 지난해 경남에서 32경기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2년차 징크스'를 언급하자 이창민은 "그런 얘기는 안 들을래요"라며 도리질 쳤다. 이창민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이창민의 화려한 봄날이 시작됐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