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제가 죄송합니다."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가 일어나면 마음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일단, 정든 팀을 옮겨야 하는 선수가 가장 힘들다. LG 트윈스에서 프로선수로 이름을 알렸던 윤요섭은 21일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뒤 "찝찝하다"라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선수 입장에서는 야구를 잘 못해 팀이 자신을 필요없는 존재로 여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전 구단에서 기회가 많이 없었던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낯선 새 팀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선수를 보내는 감독의 마음도 좋지는 않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자식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데 기쁜 감독은 없다. 윤요섭을 kt로 보낸 LG 양상문 감독도 그랬다.
양 구단의 트레이드는 20일 최종 결정이 됐다. 그리고 그날 밤 양 감독과 윤요섭이 통화를 했다. 양 감독은 윤요섭에게 "그동안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새 팀에 가게 됐지만, 거기서 잘했으면 한다"라는 사과와 격려를 건넸다. 윤요섭은 2013 시즌 LG의 주전포수로 도약했다. 원래 포수였지만, 수비보다는 장타력이 눈에 띄어 그동안 지명타자 역할을 해왔던 그였다. 하지만 LG는 고질인 포수 문제를 수년째 해결하지 못했고 윤요섭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김기태 전 감독의 눈에 들어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윤요섭이 마스크를 쓰고, LG는 11년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2014년 양 감독이 부임한 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윤요섭은 어깨가 아팠다. 2루 송구에서 큰 약점이 있었다. 양 감독은 포수의 2루 송구에 매우 큰 비중을 두는 지도자다. 윤요섭이 미워서가 아니라, 어깨를 치료하고 송구를 다듬어 1군에 올라올 것을 바라며 2군행을 지시했다. 그 사이 최경철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윤요섭이 설 자리를 잃었다. 실력이 우선인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양 감독도 윤요섭의 기회를 뺐은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던 중 윤요섭이 kt로 가게됐고, 양 감독이 그동안의 가졌던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자 윤요섭에게서 곧바로 "제가 죄송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 감독의 기대에 선수로서 부응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쓰지 않는 감독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계기로 부족한게 무엇인지 더 생각하고 보완하기 위해 힘썼다.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지만, 죽도록 훈련했다. 실제, 21일 kt 유니폼을 입은 윤요섭의 모습은 홀쭉했다. 시즌을 앞두고 체중 감량을 많이 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증거다.
양 감독은 다시 한 번 "요섭이가 kt에서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요섭은 21일 SK 와이번스전에서 곧바로 5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모처럼만에 1군 타석에 들어서며 양 감독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