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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무' 윤정환 축구 향한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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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도 패배하면 소용이 없다. 홈 팬들도 승리하면 더 오게 마련이다. 지는데 누가 경기를 보러 오겠느냐."

윤정환 울산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내용보다 결과를 강조해왔다. 내용은 버리더라도 결과를 가져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패배보다 무승부가 낫다는 '지지 않는 축구'를 모토로 삼고 있다. K리그 클래식 7라운드를 마친 현재 울산(3승4무)은 전북(6승1무)과 함께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패 행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울산은 1주일 사이 치른 대전, 수원, 인천과의 3경기서 모두 1대1로 비겼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선제골을 얻은 뒤 돌입한 후반전에 어김없이 수비라인을 두텁게 가져가는 전략을 썼다. 이런 전략은 어김없이 동점을 허용하는 골로 연결됐다. 전반전 내내 흐름을 주도하던 팀이 갑자기 수비지향적으로 변신하는 이유를 두고 많은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울산은 이미 한 차례 '실리축구'를 경험한 바 있다. 김호곤 전 감독 시절 카운터로 승부를 보는 '철퇴축구'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ACL 우승 시즌 전반기만 해도 김 감독의 축구를 두고 '재미없다'는 비난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의 축구와 윤 감독의 축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김 감독 시절 울산이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힘을 쓸 때는 썼던 반면, 윤 감독의 울산은 강팀과 약팀을 따지지 않고 초지일관한다'며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윤 감독이 사간도스에서 걸어온 길과 연관짓고 있다. 사간도스는 J리그 구단 중 재정 면에서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이다. 우수한 선수를 데려올 여건이 아니다보니 팀 전술은 자연스럽게 수비지향적인 카운터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윤 감독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공격수 도요다 요헤이와 윙어 김민우를 활용한 카운터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런 전술로는 주전, 백업 모두 K리그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울산의 힘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사간도스는 상대의 흐름을 맞받아치는 스타일의 팀인데, 현재 울산의 팀 구성과 대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도리어 어렵게 만드는 경향은 집중력 문제도 있지만 근간인 전술의 문제라고 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을 상대해 본 수원 미드필더 염기훈 역시 "울산이 전반전처럼 패스 위주로 공격을 풀어갔다면 아마 패했을 것이다. 후반전에 상대가 수비로 내려서면서 긴 패스 위주로 나선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울산 내부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윤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님은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패스 모두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선수단 역시 무승부가 거듭되는 상황이지만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침체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감독과 울산은 시즌 초반 클래식의 핫이슈였다. 최근 설왕설래도 이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