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은 사뭇 진지했다. "일단 아껴놓는 것"이라고 했다.
포크볼에 있어서 만큼은 '양치기 소년'이었다. 지난 2년간 그랬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스프링 캠프 때 계속 익혀왔다. 그리고 '숙성'할 만큼의 시간도 있었다.
유희관과 포크볼. 그 사이에는 미묘한 '밀당'이 존재한다.
그는 2013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130㎞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타자들을 요리했다. 자연스럽게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하늘이 나에게 스피드 대신 제구력을 준 것 같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에게 스피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은 매우 많다. 그의 주무기는 싱커(일부 전문가들은 서클 체인지업이라고 하지만, 유희관은 항상 싱커라고 한다)다. 두 가지 싱커가 있다. 빠르게 꺾이면서 낙차가 적은 것과 느리게 꺾이면서 낙차가 큰 싱커가 있다. SK 박희수의 두 가지 투심과 비슷한 경우다. 패스트볼과 싱커를 던질 때 나오는 팔각도가 똑같다. 매우 큰 장점이다. 뛰어난 제구력도 있고, 공 자체가 묵직하게 박히기 때문에 실제 구속보다 더욱 빠른 느낌을 타자들은 갖는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느린 패스트볼을 가졌지만,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13년에는 10승7패, 지난해에는 12승9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3경기에 등판, 1승1패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좋지 않았다. 제구 자체가 미묘하게 어긋났다. 투구 매커니즘 상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이 높으면 유희관에게는 '재앙'이다. 한마디로 버틸 수가 없다. 승부처에서 그런 모습들이 자주 나왔다.
특히 왼손 타자들에게 그랬다. 지난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이 무려 3할3푼7리였다.(우타자는 2할5푼9리) 2013년에도 3할3푼2리였다.
그가 왼손 타자에게 약한 핵심적 이유는 싱커 때문이다. 오른손 타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싱커는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휘어져 나오면서 떨어지는 구종이다. 왼손 타자 입장에서는 몸 안쪽으로 휘어들어간다. 유희관은 이 부분에 대해 "왼손 타자의 경우 몸 안쪽으로 싱커를 집어넣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제구가 조금씩 흔들린다"고 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좌타자의 경우 결정구를 바깥쪽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선택했는데, 효율적이지 않았다.
여기에서 유희관은 포크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승부구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 스프링 캠프 때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했다. 싱커와 포크볼은 투구 메커니즘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상충되는 구종이다. 싱커가 부드럽게 밀어 던지는 느낌인 반면에, 포크볼은 말 그대로 포크로 찍듯이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투구 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또 하나의 장점은 타고난 손재주다.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밝혔듯 공을 가지고 하는 '손장난' 감각은 타고났다. 정교한 제구력까지 동반한 구종 장착은 통상 2~3년 정도 걸리지만, 유희관은 좀 더 쉽게 익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유희관은 거의 던지지 않았다. 사실상 스프링캠프에서 포크볼을 완벽히 익히지 못했다. 결국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또 다시 스프링 캠프에서 포크볼을 언급했다. 유희관은 "지난해는 쓰지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정말 쓰려고 한다"고 했다. 실제 연습투구에서 포크볼을 가끔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아직까지는 쓰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유희관은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좌타자 승부에서 싱커가 잘 먹힌다. 몸쪽 제구가 되기 때문에 불완전한 포크볼을 쓰는 것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표본이 작긴 하지만, 올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은 2할4푼1리에 불과하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유희관은 "시즌 중, 후반 포크볼을 쓸 것이다. 싱커가 잘 듣지 않을 수도 있고, 타자들이 내 투구 패턴에 적응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확실히 그가 포크볼을 사용한다면, 타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유희관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투구 메커니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교한 제구력 자체가 약간 헝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13년에 포크볼을 간간이 섞어 던졌기 때문에 유희관에게는 그럴 가능성이 적긴 하다. 결국 관건은 승부구로 쓸 수 있는 포크볼의 완성도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