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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과 e스포츠, 중국 영향력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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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과 e스포츠에 중국의 영향력이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다. 13억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까지 급성장, 미국과 더불어 G2가 된 중국의 파워가 1,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까지 뻗어나가면서 나오는 결과다.

예전에 중국은 한국 게임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해 거꾸로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수출하고 투자하는 '큰 손'이 되고 있다. 최근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콘텐츠와 e스포츠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면 중국 시장을 철저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실리적인 의견도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사실상 '종속' 관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지난 14일 모바일게임 '탑오브탱커'를 출시했다. 그런데 초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출시 이틀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구글플레이에선 무료 앱 1위에 올라있고, 19일 현재 최고매출은 14위까지 뛰어올랐다. '영웅의군단' 정도를 제외하곤 모바일게임에서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넥슨으로선 고무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넥슨은 대대적인 TV광고로 초반 인기몰이를 계속 이어갈 태세다.

그런데 '탑오브탱커'는 국내 작품이 아닌 중국의 로코조이가 만든 게임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출시됐는데 이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모바일버전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수준이 높은데, 블리자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작한 게임으로 더 유명하다. 짝퉁 게임이 판을 치는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시 오브 클랜', '캔디크러쉬소다' 등 북미나 유럽게임에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을 대거 내준 상황에서 굳이 중국 게임만 벽안시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이미 '태극팬더', '도탑전기', '오스트크로니클' 등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탑오브탱커'의 국내 진출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전 사례와 다르다.

우선 북미나 유럽, 일본과 달리 중국의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으로 토대를 닦은 한국을 그대로 닮아 있기에 중국의 부상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 온라인게임을 카피하면서 축적된 인력과 기술력이 대형자본과 결합되면서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에선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게임에 예전과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전에는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지사나 중소퍼블리셔에 의해 중국산 게임이 주로 보급됐지만, 넥슨과 같은 대형사들이 '탑오브탱커'와 같이 이미 검증된 대작을 들여와 성공한다면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격화되는 반면 국내 시장을 내줘야하는 '이중고'가 본격화된다는 뜻이다.

이는 e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3일 e스포츠팀 IM은 공식 후원사를 얻게 됐다고 밝혔는데, 그 주인공은 한국 e스포츠 경기를 중국에서 중계하고 있는 현지 스트리밍 회사 롱주TV였다.

IM는 '스타크래프트2'에서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비기업팀이었지만 나름 선전을 하고 있어 후원을 하겠다는 국내 업체가 곧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몇몇 이름이 거론되던 회사들이 후원을 포기했고, 결국 중국 회사가 나서게 됐다.

e스포츠는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즐기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스포츠-문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한국 게임단과 게이머들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콘텐츠의 매력을 다시 부활시켰지만, 국내에서는 예전만큼의 활발한 지원이 없다. 대신 글로벌,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실력과 자본, 시스템을 모두 가지고 있어 전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 e스포츠에서는 한국이 스타플레이어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대신 중국이 자본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비대칭 구조다.

따라서 2~3년전부터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 됐는데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상황이다.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GE타이거즈가 중국 회사의 전폭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롤챔스 코리아'에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다음 시즌부터 롱주IM의 이름으로 나서는 IM의 선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 게임 전문가는 "한국 게임산업과 e스포츠의 중국 의존 심화는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글로벌 콘텐츠인 게임에서는 더욱 원산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경계감보다는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게임 전문가는 "그만큼 국내 게임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진다는 뜻이다. 생태계에도 결코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게임사들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 예속화는 심해질 것이며, e스포츠에서처럼 개발사에서의 '두뇌 유출'은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