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사회를 맡은 손대범 편집장은 날카로운 질문들을 연이어 날렸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네 명의 패널들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열린 한국농구 발전포럼 2부 리얼 토크에 나온 얘기였다. 주제는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경쟁력 제고'.
손 편집장은 곧바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태환 해설위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단점은 두 가지다. 과거로 회귀한다는 점과 4번 포지션(파워포워드)이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제도적으로 장점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가 되면 높은 수준의 농구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팬과 이런 제도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 네티즌들이 야당 역할을 하는데, KBL이 이런 야당을 포용할 아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동광 해설위원은 "좀 더 나은 농구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선수가 위축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약간 다른 의견이었다. 그는 "빅맨의 기량이 줄어든다. 어린 선수들의 포스트 플레이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국내 선수의 기량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득점대가 올라가겠지만, 이 부분이 장점이 될 지 단점이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대회에서 한국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쿼터 확대를 하면) 국제대회 대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점이 훨씬 더 많은 제도"라고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제 3자 입장에서 볼 거리를 제공하는 부분은 좋다고 생각한다. 현역 시절 외국인 2명과 함께 뛰었는데, 그들까지 주고받는 플레이를 한다. 토종선수들은 수비에 역할이 국한된다. 결국 국내선수가 올라오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 좋은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인 쿼터제 확대는 저득점과 토종선수의 테크닉 저하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 김태환 위원은 "외국인 1명을 쓰게 됐을 때 좋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고, 김동광 위원은 "현재 국내선수의 테크닉이 많이 부족하다. 자기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의 경우 "외국인 선수로 흥행이 유지되지 않는다. 국내 선수의 활약이 KBL 흥행과 직결된다"며 "지금도 외국인 선수 비중이 50% 정도다. 1명이 적당하다. (2명이 되면) 국내선수는 볼 운반만 하는 단순한 역할을 할텐데, 이같은 구조가 좋은 경기력을 만들 수 있는 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NBA 선수가 많은 스페인과 프랑스가 경기를 했는데, 50점대였다. 그러나 관중들은 열광했다. 득점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 관중석이 꽉 찼다. 당시 대표팀 선수 중 기술 좋은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손 편집장이 '쿼터제 확대 반대가 밥그릇 챙기기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질문하자, 김태환 위원은 "1, 2군 제도의 분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 부분 때문에 국내선수 토양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했고, 김동광 위원은 "KBL이 출범하면서 매년 17~20명 정도의 신인만 나온다.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유 감독 역시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남녀 모두 농구의 유소년 토양이 너무 척박하다. 이런 상태에서 외국인 쿼터제 확대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 우선 (국내선수를)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4명의 패널 모두 세밀하게 의견은 달랐다. 하지만, 외국인 쿼터제 확대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는 일치했다. 올림픽파크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