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현주에게 영화 '악의 연대기'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지난해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를 마친 뒤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은 빠듯한 스케줄에도 손현주의 복귀를 묵묵히 기다려줬고, 백운학 감독은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그를 눈물로 환영했다. 손현주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동료들의 마음에 보답했다.
13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악의 연대기'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손현주는 다행히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금도 건강 관리에 유의하며 지내고 있다는 그는 "의사들이 목 주름 부위로 수술을 했기 때문에 상처도 없이 아주 깔끔하게 수술이 잘 됐다"고 가볍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손현주의 설명에 따르면 당초 '악의 연대기'는 지난해 5월 말, 늦어도 6월 초에는 크랭크인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크랭크인을 목전에 두고 손현주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촬영이 한 달여 지연됐다. 그는 "어느 누구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 스케줄을 잡지 않고 나를 기다려줬다"며 "수술을 받고 회복한 뒤 제작사에 갔더니 감독이 울더라.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말했다. 또 마동석, 박서준, 최다니엘 등 동료배우들과 백운학 감독, 스태프, 제작사 대표, 배급사 관계자까지 고마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정말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손현주는 이 영화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린 형사로 분한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필수로 따르는 액션 연기도 펼친다. 백운학 감독은 "촬영 전에 고사를 지낼 때 보니 손현주가 무릎을 잘 꿇지 못하던데, 그 몸으로 액션 연기를 했다"고 미안해했다. 실제로 손현주는 2005년 드라마 촬영 중에 왼쪽 다리 뼈가 골절되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지금도 다리 움직임에 불편함이 남아 있지만 "촬영을 위해선 뛰어야 하지 않겠냐"며 몸을 내던졌다.
동료배우들은 그런 손현주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마동석은 "나도 수술을 여러번 받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회복도 힘든 일인데, 더군다나 영화 촬영은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촬영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나는 동료배우가 아니라 친한 동생으로서 형님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여럿이 함께 촬영할 땐 우리가 옆에 있지만 혼자 촬영할 땐 외롭고 몸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은데 가끔 술을 드셔서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절친한 동생의 마음씀씀이에 손현주는 "너나 잘 챙기라"는 농담으로 쑥스럽게 화답했다.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 시나리오가 얼마나 뛰어난지 거듭 강조했다. 2013년 개봉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은 영화 '숨바꼭질'과 비유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첫째도 시나리오, 둘째도 시나리오, 셋째도 시나리오 때문"이라며 "'팝콘이 다 떨어지기 전에 영화가 끝나버릴 정도로 사건 전개가 빠르고 몰입도가 강한 영화"라고 자신했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사람을 죽인 최반장(손현주)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되어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큐브'의 백운학 감독이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4일 개봉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