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경인더비'였다.
두 감독 모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표정은 달랐다. 최용수 서울 감독(44)은 어두웠고, 김도훈 인천 감독(45)은 밝았다.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수원, 전북, 포항전과 달리 '경인더비'는 예측을 못하겠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노출되지 않은 친구들이 독기를 품으면 무서울 수 있다. 김 감독님은 연세대 선배다. 선배도 갈 길이 급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 또한 절박하다. 3연패는 잊을 수 없다. 팬들을 위해 빚을 갚아줘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도 양보는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라운드에서 만났고, 대학은 같이 다녔다. 선수 때는 최 감독보다 내가 나았다"며 웃은 후 "감독이 돼 최 감독이 잘하고 있다. 이젠 내가 도전하는 입장이다. 1승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이 사실상 최상의 명단이다. 그만큼 이기고 싶다"고 했다. 두 감독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빈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대학에선 동고동락했다. 연세대 1년 선배인 김 감독은 올 시즌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뚜껑이 열렸다.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서울과 인천은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 1대1로 비겼다. 서울은 승점 3점이 1점으로 퇴색했고, 인천은 승점 3점 못지 않은 1점이었다.
'경인더비'의 꽃은 '골 잔치'다. 2013년 4차례의 대결에서 총 14골이 터졌다. 지난해에도 FA컵을 포함해 4차례 만났다. 무려 16골이 나왔다. 펠레스코어인 3대2 경기가 3경기나 됐고, 지난해에는 서울이 5대1로 인천을 대파한 적도 있다. 상대전적에선 서울이 인천에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반전 또 반전이었다. 경기 시작 9분 반에 박주영이 K리그 복귀골을 터트렸다. 2562만에 나온 K리그 골이었다. 이른 시간의 득점에 난타전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인천의 반격도 거셌다. 후반 4분 김인성이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후반 21분 변수가 생겼다. 인천의 조수철이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11대10의 싸움이었다. 서울이 키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의 후유증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서울은 7일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원정경기(1대1 무)를 치렀고, 8일 귀국했다. 살인적인 일정에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파상공세에도 세밀함이 떨어졌다. 골문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4라운드에서 제주를 만나 3연패의 사슬을 끊고 K리그에서 첫 승을 신고한 서울은 2연승에 실패했다. 승점 4점(1승1무3패)에 머물렀다. 인천은 또 다시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이었다. 3무2패(승점 3)로 새로운 미래를 기약했다.
최 감독은 "선제골 이후 전체적인 라인이 내려서면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됐다"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준 후 정상적으로 균형을 잡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수들이 피로누적이 심한 상황에서 아쉬운 경기를 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꼭 이기자고 했는 데 결과가 아쉬웠다. 서포터스가 한 곳에서 응원해주는 의미있는 날이었는데 승리를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도 "10명인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했다. 선수들이 후반에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 후 미소를 지었다.
승점 1점에도 명암은 엇갈렸다. 최 감독은 아팠고, 김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