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터졌다. 대부분 '인재'였다.
어떤 당위성도 찾아볼 수 없는 외국인 선수 2인제 결정. 현장과 농구팬 대부분이 반대하는 제도다.
급격히 도입한 FIBA 룰. 그 상황에서 판정기준이 여러차례 바뀌었다. 이 부분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챔피언결정 2차전 평일 오후 5시 경기. 공중파 때문에 양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양보했다. 공인구 나이키의 계약철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결국 총재와 KBL의 무능한 행정에 대한 플래카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시리즈로 다룰 예정이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왔을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김영기 총재의 현실감각 미비다.
그에게 외국인 선수 2인제는 '원칙'이다. 어떤 형태로든 해야 한다. 외국인 1명이 뛰는 것보다 외국인 2명이 뛰는 게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확고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계적인 '득점대가 곧 만족도'라는 논리가 나온다. 그 속에서 파생되는 복잡다단한 팀의 응집력, 조직력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매우 이기적이기도 하다. 총재는 농구의 대 선배지만, 중, 고교 후배를 배려하는 부분은 없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KBL 리그만의 발전이다.
사실 프로리그의 발전은 아마추어리그의 탄탄함과 함께 가야 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정책결정을 보면 아마추어의 희생에 대해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꺼내든 발전방안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올드(Old)'하다.
그는 프로출범 초창기 총재다. 외국인 2인제로 재미를 봤다. 당시 제럴드 워커 등 테크니션들이 코트를 누볐다. 많은 관심이 있었다. 당시 얘기다. NBA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문화. 결국 외국인 테크니션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클릭 한번만 하면 NBA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계속 주장한다. 게다가 변형된 제도까지 얘기한다. 최근 필리핀 리그에 대한 많은 언급이 대표적인 예다. 몇 달 전부터 그랬다. 라운드별로 외국인 선수 투입 인원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결국은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의견들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밸런스를 어떻게 조절하느냐, 외국인 선수 프랜차이즈 스타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리그 흥미도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소년들의 테크닉과 파워를 어떻게 키울 지에 대한 중,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고민은 없다. 단지, 총재 개인의 경험에 의한 편협한 주장만을 얘기한다. 프로농구의 현안과는 동 떨어진 주장이다. 결국 현장이나 농구 팬에게 최소한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이 부분은 답답하다. 프로농구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문제점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해결방법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KBL은 문제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 결국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정기준의 변화, 챔프전 평일 오후 5시 경기, 나이키의 계약철회 등의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KBL 수뇌부는 농구 기사마다 따라붙는 부정적인 댓글과 KBL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무시해도 되는 소수의견 쯤으로 치부한다.
게다가 챔프전 1~3차전은 아예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시상식을 해야 하는 4차전에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도 지각했다. 교통 체증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김영기 총재의 무딘 현실감각과 총재의 수족인 이재민 사무총장의 아쉬운 행정력이 커미셔너 사무국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이는 KBL의 침몰에 그치지 않는다. 농구판의 급전직하로 이어진다.
상식적인 대화나 변화 노력으로 KBL이 달라질 수 있을까. 1년 동안 지켜본 대부분의 농구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의 무능함 때문에 금빛으로 시작한 프로농구가 잿빛이 됐다.
현재로선 프로농구 관중하락과 시청률 추락 등 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수많은 원성이 나오고 있다. 농구인들과 구단을 책임지는 단장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