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침체됐던 넥센 히어로즈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고민이 있다. 바로 침묵하고 있는 새 외국인타자 스나이더다.
스나이더는 4일 현재 타율 1할2푼5리(16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중이다. 중심타선 뒤를 받쳐줘야 할 6번 타순에서 흐름이 끊기는 일이 많다. 이택근 유한준 박병호 김민성의 타격감이 올라와 찬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나이더의 부진이 안타깝다.
물론 스나이더의 2안타가 모두 타점으로 이어지기는 했다. 지난달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0-3으로 뒤진 4회말 2사 2,3루서 귀중한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3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6-0으로 앞선 5회말 2사 2루서 우중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스나이더의 득점권 타율은 5할이다. 주자가 2루 이상 있을 때는 4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주자시로 확대하면 10타수 2안타, 주자가 없을 때는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흐름'이다. 넥센의 화력이 중심타선에 몰려 있기는 하지만, 상하위 타순의 연결이 잘돼야 득점력이 올라간다. 지난 2년 동안 넥센은 이러한 측면에서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강정호의 공백으로 인해 타선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졌다. 김민성이 5번 타순에서 강정호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지만, 그 뒤를 받치는 스나이더의 역할이 미미하다.
또 이성열과 문우람이 나눠 맡은 7번 타순이나 주전 포수 박동원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9번 타순에서도 공격력 약화가 눈에 띈다. 오히려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하성은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2볼넷 1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시범경기 때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있는 박동원, 강지광, 서동욱이 올라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염경엽 감독은 장기레이스인 만큼,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박동원과 강지광은 아직 2군 경기에도 나서지 않고 있고, 서동욱은 2경기서 7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복귀 준비를 마쳤다.
중심타선을 지나 흐름이 끊기는 문제. 무엇보다 스나이더의 부활이 절실하다. 넥센 코칭스태프가 보는 스나이더의 문제점은 '너무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슬럼프에 빠질 때일수록 단순해지는 게 좋을 수 있는데, 스나이더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속지 않아야 할 터무니 없는 공에 헛스윙하고 고개를 숙일 때가 많다.
사실 스나이더의 역할은 6번 타순에서 '한 방'을 쳐주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의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스프링캠프 때 김민성과 타순을 맞바꿨다. 이 결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아직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슬럼프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에 따라, 좋은 타자와 나쁜 타자가 갈린다. 스나이더는 아직 그 기로에 서있다. 안타가 종종 나옴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건 여전히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칠 때만 해도, 그는 "3할-35홈런-100타점을 목표로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다.
스나이더로서는 하루 빨리 감을 잡아야 한다. 이대로 슬럼프가 길어진다면, 자신감 회복이 더뎌져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서동욱 박동원 강지광 등 부상 전력이 돌아오기 전에 제 모습을 찾는다면, 넥센은 다시 강타선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