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들 여유부리는 거 아냐? 자리 뺏길 수도 있어."
훈훈한 분위기였다. 2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홈 감독실 분위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은 온화한 표정이었다. 농담도 하고, 껄껄 웃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의 온도는 싸늘했다. "긴장하지 않는다면,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차가운 경고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대상은 김회성을 필두로 한 일부 야수진이었다.
이런 발언은 전날 두산전의 패배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우선 6회 구원투수로 나와 무려 15개 연속 볼을 던진 좌완 투수 유창식에 대해 평가했다. "공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로 예정해놨는데, 많이 던지지 않아 1이닝 정도 던지게 할 생각이었다. 구위는 좋았는데, 첫 상대 양의지에게 1루수 글러브 맞고 튀는 2루타를 맞으면서 위축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는 권 혁을 먼저 투입하는 게 맞았다. 감독 자리라는 게 원래 그렇다. 유창식을 탓할 게 아니다"라며 선수를 감쌌다. 본인의 판단 미스로 인해 경기 운명이 정해졌고, 유창식도 최악의 난조를 겪었다는 것.
그러나 김 감독은 곧이어 선수들의 안일한 자세를 지적했다. "결과적으로는 김회성이 중요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회성은 올시즌 팀의 붙박이 3루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타순도 중심타선에 배치돼 있다. 1일 두산전에서는 6번 3루수였다. 그런데 많은 기회를 놓쳤다. 1-3으로 추격한 4회말 1사 1, 3루에서 삼진을 당했고, 3-6으로 추격한 8회 2사 1, 2루 때는 초구를 공략했다가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감이 좋았던지 김회성이 타석에서 너무 욕심을 내더라. 스윙을 크게 했다"고 지적했다.
적극성과 무모함은 차원이 다르다. 그걸 구분짓는 것은 현재 자신과 팀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집중력이다.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하면 스스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있게되고, 그에 따른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김회성은 이런 면에서 아직 김 감독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닌가.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한테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감독은 "이제 4월 중순쯤 되면 정근우와 한상훈에 김태완까지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리가 없다. 송광민이 다시 3루수로 컴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팀의 수비 시프트가 부상 선수들의 합류를 계기로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건 단순히 김회성에게만 하는 경고는 아니다. 포지션이 비슷한 모든 선수들에 해당한다. 권용관과 강경학, 최진행은 정확히 한상훈, 정근우 그리고 최진행과 포지션이 중복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지금처럼 느슨한 자세로 경기에 임할 경우 가차없이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야신은 빈 말을 하지 않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