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이정철 감독이 눈물을 쏟았다. 우승에 대한 감격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감독의 머릿 속을 가득 메운 이가 있었다.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31일 챔프전 3차전이 끝난 뒤 이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뒤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더니 호흡을 가다듬고 울음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5월 7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승하시는 것을 못보고 가셨다. 그래서 매일 경기장에 나올 때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온다. 정말 아버지는 열렬한 배구팬이셨다"고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선수들의 샌드백이 됐다. 챔프전 우승을 결정지은 선수들은 시상식 때 이 감독을 바닥에 눕혀놓고 발로 걷어차고, 손으로 때렸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한다면 얼마든지 맞아줄 생각"이라며 공약했다. 그 공약을 지켰다. 선수들은 그간 혹독한 훈련을 시킨 이 감독을 때리면서 힘들었던 지난 날을 잊었다.
이 감독은 '호랑이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러나 변화를 택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는 감독이 한 게 별로 없다. 앞으로는 좀 부드러워져야겠다"며 우승을 위해 집중한 선수들을 극찬했다.
이 감독은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식구들에게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창단 후 팀을 맡은 뒤 주말 빼고는 집에 간 적이 없다. 식구들이 바가지를 긁지 않고 이해해줘 고맙다"고 했다.
화성=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