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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최용규, 다시 뛰는 KIA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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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에 기회만 와라, 와라 하면서 기다렸다."

지난해 까지 다소 낯선 이름이었는데,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가 있다. KIA 타이거즈 최용규(30). 공주고-원광대를 거쳐 2008년 2차 2라운드 12순위로 입단한 프로 8년차 내야수다.

데뷔 시즌부터 3년 간 111경기에 출전했는데, 군복무를 하고 2군에 머무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1군 기록이 없다. 1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최용규가 군에 입대한 안치홍의 대안으로 떠올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시작 전만 해도 박기남 김민우 등이 유력한 주전 2루수 후보로 거론됐다. 최용규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출전해 입지를 넓혀갔다.

그늘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는데, 최용규는 동요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회만 와라 하며 준비했다"고 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8번-2루수 최용규의 이름이 전광판에 찍혔다. 데뷔 8년 만의 첫 개막전 선발 출전이었다. 하위타선에 포진한 최용규는 7회말 무사 1루에서 1타점 3루타를 터트렸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LG 선발 헨리 소사에 이어 등판한 유원상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3타수 1안타 1타점 1도루.

사실 공격력보다 더 눈에 띈 게 안정적인 수비였다. 유격수 강한울과 함께 두 차례 6-4-3 병살 플레이를 처리했고, 몇차례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안치홍과 김선빈, 두 주축 선수가 빠진 내야 센터라인에 대한 걱정이 많았기에 더 인상적인 수비였다. 키스톤 콤비로 나선 프로 2년차 강한울이 원광대 후배다.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 최용규의 장점이다.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도루를 성공시켰다. 출전 경기, 출루가 증가하면 빠른 발을 활용한 더 활발한 기동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29일 2번-2루수로 나선 최용규는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아직 주전 2루수로 확실하게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시범경기 때 김기태 감독은 1루수 브렛 필을 2루수로 출전시켜 테스트했다. 필을 2루수, 최희섭을 1루수로 내보내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최용규는 시범경기에 3루수로 나서 실책을 기록한 적도 있는데, 2루 수비가 가장 편하다고 했다.

최용규는 "필이 2루수로 출전한 게 더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기회를 잡은 올시즌 목표를 물었더니 최용규는 망설임없이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에게 전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경기 상당한 수준의 집중력이 필요한 1군은 퓨처스리그(2군)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크다. 최용규는 "긴장을 계속해서 그런지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체력 유지에는 다른 것 보다 충분한 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최용규의 등장이 달라진 KIA, 다시 뛰는 타이거즈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