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37)은 살아 있었다. kt 위즈 식구들은 그를 '캡틴' '형' 또는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낯설어 보이는 '책임감'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신명철은 제10구단 kt의 초대 주장이다.
그는 2013년 12월 5일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에 앞서 프로 두번째 팀 삼성 라이온즈와 작별했다. 송삼봉 전 삼성 단장(당시 단장)이 신명철을 조건없이 풀어주면서 kt와 계약하는데 장애물이 없어졌다. 그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고, kt는 2015시즌 첫 1군 무대 참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최근 신명철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만났다.
신명철은 "할만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kt와 함께 퓨처스리그를 뛰었다. 당시만해도 프로 1군 경기 경험이 거의 전무한 후배들에게 몸으로 어떻게 하는지를 하나하나 보여주어야 했다. kt는 올해 1군 데뷔를 앞두고 프로 경험이 많은 장성호 김사율 이대형 김상현 용덕한 등을 대거 영입했다. 신명철은 "새로 가세한 베테랑들이 잘 해주고 있다. 작년엔 체중도 줄고 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붙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명철은 고참 선수들과 자주 얘기를 나누면서 후배들을 이끈다. 그가 생각하는 kt의 팀컬러가 있었다. "우리는 신생팀이다. 패기 넘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에선 지더라도 파이팅은 지지 말자고 얘기한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 미국 전지훈련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프로 경험이 없는 후배들의 경기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명철은 "이게 뭐지. 하지만 역시 젊은 선수들은 습득이 빨랐다. 경기를 풀어내는 요령은 떨어졌지만 신체 운동 능력은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빨랐다"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난다. 경쟁력이 기존 팀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 일단 수비가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신명철의 야구 인생은 2011시즌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의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반대로 신명철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1군 경기 출전 횟수가 줄었다. 2013시즌에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구단에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명철은 "기회를 찾아 떠난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프로다. 자유롭게 풀어준 삼성 구단과 송삼봉 단장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kt로 이적후 신명철의 야구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신명철은 삼성 시절 '책임감'을 운운할 정도의 큰 비중과 역할을 맡지 않았다. 삼성엔 기라성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수두룩했다. 그냥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다.
그는 "삼성과 여기는 많이 다르다. 삼성 선수들은 그냥 놔두면 다 알아서 한다. 하지만 여기는 이제 시작이다. 코치님들도 고생을 더 많이 하고, 우리 선수들도 훈련량이 많다"고 말했다.
신명철은 2001시즌 롯데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2013시즌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퓨처스리그 참가로 1군 무대를 1년 쉬었다. 그동안 굴곡이 있었지만 의욕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신명철은 "45세까지 한 번 해보겠다. 경기에 못 나갈 때도 항상 준비는 해왔다. 은퇴할 때까지는 항상 준비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수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