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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갱망] 라이온스의 경기 중 돌출행동과 연락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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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오리온스가 LG보다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 부분은 트로이 길렌워터와 리오 라이온스의 조합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두 선수가 모두 언제나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점이 최대장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LG는 데이본 제퍼슨이 메인 외국인 선수, 크리스 메시가 세컨드 옵션이다.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기계적으로 20분을 나눠줄 수 없다. 당연한 얘기다. 매치업 상황,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출전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그 판단은 사령탑이 한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예전 모비스의 경우에도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함께 있을 때 출전시간 배분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즉 길렌워터와 라이온스 조합은 플레이오프에서 잘 되면 '대박'이지만, 못되면 '쪽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LG와의 6강 시리즈는 길렌워터가 중용될 수밖에 없다. 일단 길렌워터는 제퍼슨과의 1대1 대결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2차전에서 37점을 폭발시켰고, 이날도 27분을 소화하면서 23득점(야투율63%)을 올렸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골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오리온스 팀 밸런스를 이상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게다가 많은 시간을 뛴 나머지 국내선수들도 제 몫을 해줬다. 경기 자체가 매우 치열했고, 오리온스 대부분 선수들은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퍼슨을 5반칙으로 퇴장시키면서, 경기를 거의 잡을 뻔 했다.

문제는 리오 라이온스였다.

13분을 뛰면서 6득점, 1리바운드. 부진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치다. 제퍼슨에게도, 메시에게도 골밑보다는 외곽에서 공략 포인트를 잡아야 하는 라이온스다.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을 참기 힘들었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돌출행동이다. 라이온스는 이날 총 13분을 뛰었다. 3쿼터에는 3분7초를 남기고 들어와 리바운드 1개만을 잡아내는데 그쳤다. 당연히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길렌워터를 중용하고, 라이온스를 체력조절용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라이온스는 참지 못했다. 3쿼터가 끝난 뒤 오리온스 벤치 옆으로 벗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하는 행동을 했다. 스티브 영 코치가 겨우 달래고 설득해서 코트 밖에 머무르는 모습. 출전시간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절체절명의 플레이오프 승부처에서 탄탄한 팀워크는 기본이다. 하지만 경기 중 이런 돌출행동은 벤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의 용병술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LG와의 6강 시리즈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길렌워터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4강에 올라갈 경우 라이온스는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다.

그러나 이날의 행동은 분명 프로답지 못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 팀미팅을 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당연히 인터뷰가 되지 않았다. 화를 삭힐 시간이 필요한 가 보다. 그럴 수 있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