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천신만고 끝에 오리온스를 눌렀다.
LG는 2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오리온스를 74대73으로 눌렀다. 22분55초를 뛴 데이본 제퍼슨은 16득점, 7리바운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5반칙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시래가 막판 결정적인 5점을 몰아넣으면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오리온스는 트로이 길렌워터(23득점, 5리바운드)와 허일영(16득점)이 분전했지만, 분패했다.
▶1쿼터=LG의 변화 그리고 허일영의 폭발
3차전은 1, 2차전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력 선수들의 체력이다. 하루 걸러 경기를 펼치는 빡빡한 스케줄. 게다가 중압감과 체력 소진은 정규리그의 갑절 이상이다.
요주의 인물은 오리온스 이승현과 허일영, LG 김종규, 문태종, 그리고 데이본 제퍼슨이다. 이승현과 허일영, 그리고 김종규는 2경기 모두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제퍼슨의 경우 2차전에서 30분 이내의 출전시간을 가졌지만, 오리온스의 변형 압박(외곽은 이승현, 골밑은 길렌워터와 라이온스가 막는 것)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문태종의 위력을 4쿼터에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출전시간을 25~30분 정도로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김시래도 잠깐의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 승부처인 4쿼터에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용병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고심끝에 LG는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오리온스는 1가드-4포워드를 사용한다. 1, 2차전에서 LG는 주로 1명의 가드만을 배치했다. 오리온스에게 미스매치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시래의 체력적 부담과 함께 공격작업 자체가 빡빡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의 변화에 오리온스 허일영이 적극 공략했다. 1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었다. LG가 골밑의 길렌워터를 마크하기 위해 순간적인 더블팀을 가자, LG의 외곽과 미드 레인지는 헐거워졌다. 이 부분을 오리온스 포인트가드 이현민이 놓치지 않고 허일영에게 패스, 득점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었다. LG가 허일영의 매치업을 빠르고 운동능력이 좋은 정창영으로 바꾸자,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22-14, 1쿼터는 오리온스의 리드.
▶2쿼터=LG 반격 이끈 정창영의 에너지
정창영이 들어오자. 매치업의 균형이 맞춰졌다. 오리온스의 공격은 뻑뻑해졌다. 제퍼슨 입장에서 라이온스는 조금 더 수월했다.
정창영은 LG에 다소 부족했던 에너지를 제공했다.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수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LG는 서서히 게임 템포를 높였다. 오리온스는 패스게임으로 활로를 뚫으려 했다. 외곽의 찬스를 노리고, 내외곽으로 패스를 계속 뿌렸지만, LG의 수비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을 LG는 그대로 속공으로 연결했다. 2쿼터에만 네 차례의 속공을 성공시켰다.
결국 균형이 맞춰졌다. LG는 그 와중에 활발한 멤버교체로 제퍼슨과 김종규, 김시래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오리온스가 다행이었던 점은 2쿼터 종료 17.8초를 남기고 베테랑 김도수가 절묘한 스틸을 성공, 속공으로 2득점을 올리면서 34-32, 2점 차의 리드를 지킨 부분이었다.
▶3쿼터=제퍼슨의 파울 트러블
길렌워터는 2차전 37점을 폭발시켰다. 이날도 그 기세는 여전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혀 골밑 공략에서 제퍼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 차례나 골밑 돌파에 의한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냈고, 계속적으로 골밑을 공략했다.제퍼슨은 수비에 집중했지만, 막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공격에서도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했다. 김영환이 잇딴 골밑돌파와 3점포로 오리온스의 기세를 차단했다.
제퍼슨의 3쿼터 그리 적극적인 골밑 공략을 하지 않았다. 한 차례 기가 막힌 유로 스텝에 의한 골밑슛을 성공시켰지만, 자신의 공격보다는 팀동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마치 2차전 체력부담 때문에 4쿼터 막판 결정력이 떨어진 점에 대한 준비를 확실히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오리온스는 4~5점 차의 리드를 그대로 이어갔다.
그런데 이때 돌출상황이 벌어졌다. 제퍼슨이 빠져나가는 허일영을 스크린하는 순간 오펜스 파울이 불렸다. 사실 발을 살짝 움직이고 있었고, 어깨를 의도적으로 쓰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제퍼슨은 판정에 흥분, 강민호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고 테크니컬 파울이 불렸다. 테크니컬 파울은 개인 파울에 포함되기 때문에 삽시간에 제퍼슨은 2개의 반칙을 추가,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결국 57-52로 오리온스의 리드로 끝났다. LG 입장에서는 제퍼슨의 파울트러블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4쿼터=해결사 김시래
LG는 메시가 일단 출전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외부 변수가 등장했다. 길렌워터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59-52로 오리온스가 앞선 4쿼터 50초. 갑자기 게시판 고장으로 경기가 약 10분 간 중단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다시 시작된 경기.
오리온스는 이승현의 3점포와 길렌워터의 득점으로 66-56까지 리드했다. 하지만 6분51초를 남기고 들어온 길렌워터는 김종규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했다. 이승현이 3점슛 미스와 함께 트레블링을 범했다. LG는 김시래의 3점포와 김시래와 제퍼슨의 2대2 공격으로 맹추격을 시작했다. 64-68, 4점차까지 추격한 LG. 남은 시간은 4분19초. 그런데 LG가 그토록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제퍼슨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LG의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때부터 경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스는 순간 느슨해졌다. 노골적으로 길렌워터에게 공을 투입하려 했다. LG가 잇따라 스틸에 성공, 3점을 보탰다. 67-68,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김시래가 기습적인 3점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오리온스는 김동욱이 중요한 순간 3점포를 터뜨렸다. 한호빈의 돌파에 의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터졌다. 그러자 LG는 메시가 골밑슛으로 응수했다.
오리온스는 한호빈의 슛이 림을 빙그르르 돌아 나왔다. 공격권을 가진 LG는 김시래가 전광석화같은 골밑돌파로 레이업 슛을 성공, 74-73 재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24.9초.
오리온스는 김동욱과 길렌워터가 2대2 공격을 감행했다. 오리온스의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순발력이 좋지 않은 문태종과 메시가 막는 상황. 하지만 그들은 파울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육탄방어를 했고, 결국 길렌워터가 던진 3점포는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리온스는 잘 싸웠다. 제퍼슨을 5반칙으로 퇴장시켰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LG 입장에서는 천금같은 1승이었다. 제퍼슨이 빠지고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부분, 그리고 2차전에 부진했던 김시래의 해결사 역할이 막판 승부를 지배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경기 전 그는 2차전 부진에 대해 "사실 오리온스의 스크린 수비를 스피드로 뚫을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을 많이 가지게 된다"고 했다. LG는 공격할 자원이 많다. 야전사령관 김시래의 공 소유시간이 길면 그만큼 팀 밸런스가 깨진다. 그는 "오리온스 수비가 강화됐기 때문에 스크린을 받고도 슛 찬스가 나지 않았다. 더 길게 끌고 들어가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제퍼슨의 공백으로 김시래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 승부처에서 질풍같은 돌파로 2득점. 24.9초를 남기고 수비수가 돌파를 경계하며 약간 떨어져 수비하자, 곧바로 3점포를 터뜨려버렸다. 김시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