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다. 애런 헤인즈 부상의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SK는 여전히 강한 팀이다.
상대팀 전자랜드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 하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강력한 정신력과 응집력으로 보충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의 감동이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SK가 상대적으로 자신의 전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이 있다. 실질적인 SK 2연패의 원인이다. 그의 치기어린 '영웅 플레이'와 그것을 바로잡아주지 못한 SK 코칭스태프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김선형의 실제 경기력
김선형은 플레이오프만 들어서면 작아진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일단 1, 2차전의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자. 그는 1차전에서 13득점, 36%의 야투율, 3어시스트, 1턴오버를 기록했다. 2차전에서는 12득점, 38%의 야투율, 8어시스트, 2리바운드, 4턴오버를 남겼다.
여기서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은 저조한 야투율이다. 1, 2차전 토탈 야투율은 37%다. 가드라는 점, 극심한 수비전인 플레이오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간의 저조한 야투율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문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득점루트를 보자.
1차전에서 김선형의 13점은 모두 6차례 골밑 돌파를 통해 나왔다. 2차전에서는 3점슛 2개와 두 차례의 속공, 그리고 골밑돌파 후 플로터로 득점했다. 3점슛의 경우 한 차례는 오픈 찬스에서 터졌다. 그리고 경기종료 40초 전 스크린을 받은 뒤 3점포를 터뜨렸다. 즉, 터프한 상황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나 3점포는 2차전 경기종료 직전 한 차례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37%의 야투율은 너무나 부족한 수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김선형은 약점이 뚜렷한 선수다. 슈팅능력에 문제가 있다. 위의 그림을 보자.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 분포도다.
네 시즌동안 3점슛 성공률은 33.5%→26.9%→26.7%→34.7%다. 올 시즌 8% 정도 성공률이 올랐다. 그만큼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비를 달고 던지는 3점슛의 정확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의 더 큰 문제는 퍼리미터(자유투라인 밖과 3점슛 라인 사이의 공간) 슈팅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대부분의 득점이 골밑 혹은 3점슛 라인 밖이다.(그의 슈팅 약점에 대해서는 필자가 점프볼 3월호에 기고한 칼럼에 더 자세히 설명돼 있다.) 즉, 기본적으로 득점루트 자체가 한정적이다. 때문에 상대 강점을 집중수비하는 플레이오프에서 김선형의 득점력은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경기당 평균 득점은 떨어지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그는 평균 11.5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2.5득점이다. 문제는 공격의 효율성이다. 플레이오프에서 2점슛 야투율은 44.4%, 3점슛 야투율은 22.2%다. 정규리그 50.2%(3점슛), 43.5%(2점슛)보다 대폭 떨어진 수치다. 즉, 김선형의 팀내 공격빈도가 높아졌지만, 효율성은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의 '영웅 플레이'는 왜 문제가 될까.
지난 시즌 모비스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 4차전을 보자. 1승2패로 SK가 뒤진 상황. 경기종료 1분33초를 남기고 완벽한 속공상황에서 김선형은 덩크슛을 하려다 실패했다. 경기흐름 자체가 SK가 맹추격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모비스에게 챔프전 티켓을 갖다주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문제는 그가 이런 아픈 경험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배운 게 없다는 점이다.
플레이오프는 자그마한 실수나 상황에 맞지 않는 플레이가 나오면 곧바로 경기흐름이 바뀐다. 팀내 에이스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승부처에서는 냉정하면서도 신중한 '두 얼굴'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김선형의 올 시즌 6강 2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가벼웠다'.
1, 2차전 경기력을 분석해 보자. 1차전 2쿼터 수비수를 앞에 두고 3점슛을 실패했다. 곧이어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했다. 당시 미스 플레이가 중요한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다. 1쿼터 전자랜드에게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준 SK는 2쿼터부터 차근차근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선형의 플레이는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였다. 여기에 무리한 골밑돌파가 겹쳐졌다. 4쿼터 66-71로 뒤진 승부처에서 무리한 터프샷, 세 차례의 리딩 미스(자신의 공격이 여의치 않자, 10초 이상 볼을 끌다가 죽은 패스를 넘겨줬다)가 있다.
2차전은 그나마 나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5-0으로 앞선 상황. 당시 김민수와 심스의 골밑슛이 터졌다. 상승세에서 김선형은 수비수를 앞에 두고 3점슛을 던져 실패했다. 2쿼터 비하인드 백드리블을 하면서 골밑돌파를 하다가 실책을 범했고, 29-30으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김민수에게 두 명의 수비가 붙어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패스로 공격권을 넘겨줬다. 스크린 수비가 부족해 두 차례나 수비에서 허점이 생겼다.
3, 4쿼터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3쿼터, 2대2 패스와 개인돌파는 효율성이 있었지만, 두 차례나 골밑 레이업슛을 놓쳤고, 4쿼터 역시 마찬가지. 경기종료 40초를 남기고 쏜 3점슛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플레이. 그의 클러치 능력은 인정한다. 중요한 순간 유독 3점슛 성공률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단 하나의 3점슛만 기록한 김선형이었다. 그것도 오픈찬스에서 넣은 것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스크린을 받은 뒤 3점포를 터뜨린 것은 '도박'에 가깝다.
▶3차전에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선형의 이런 플레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SK의 최대강점인 포워드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SK 벤치에서는 김선형의 플레이에 대해 적절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가 교체될 때는 파울 트러블이 걸렸거나 체력 조절용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는 패스를 한 뒤 컷-인을 시도하는 모습이 1, 2차전을 통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주희정과 함께 투 가드를 설 때도 그랬다. 상대 속공을 견제하기 위한 세이프티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의 2대2 공격이나 골밑돌파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볼을 받은 뒤 습관적으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려 한다. 이미 수비는 준비가 끝난 상태다.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나머지 선수는 할 일이 없어진다. 당연히 SK 포워드진의 미스매치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만약, 컷-인을 하거나, 스크린을 받는 상황에서 볼을 받은 뒤 골밑돌파를 하면 어떻게 될까.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 게다가 전자랜드의 수비진의 체크 포인트는 더욱 늘어난다. 전자랜드는 SK의 골밑패스가 투입될 때 항상 새깅(기습적인 더블팀으로 공격수의 볼을 아래에서 가로채기 하려는 시도)을 하려한다. 하지만 김선형이 적절한 움직임을 갖게 된다면, SK의 골밑공격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효과도 가지게 된다. 문제는 김선형이나 SK 포메이션 자체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희정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그는 25~30분 정도의 출전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1, 2차전을 통해 드러난 김선형의 움직임을 보면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선다.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선수.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현 시점에서 김선형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