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필요하고,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새 얼굴을 발굴하고, 선수의 잠재력을 키워주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이게 쉬운 게 아니다.
2012년부터 3년 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일부 주축 선수가 팀을 떠나 전력 하락에 대한 걱정이 컸다. 외부에서 선수 수급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당연히 올시즌 '최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기태 감독 체제하에 새 시즌을 맞는데, 첫해는 순위경쟁보다 체질개선, 리빌딩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던 윤석민이 팀에 복귀했고, 뉴 페이스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대를 높인다. 여전히 5강 전력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류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2년 간 숨죽이고 있던 최희섭의 가세, 베테랑 김원섭의 매서운 방망이도 반갑다.
무엇보다 두터워진 내야진이 득직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2루수 안치홍, 유격수 김선빈이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팀을 떠나 키스톤 콤비를 걱정했던 타이거즈다. 지난 스프링캠프의 화두 중 하나가 새 키스톤 콤비 찾기였다.
그런데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반전이 일어났다.
요즘 KIA 내야진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내야수 황대인(19)과 최용규(30), 최병연(29)이다. 오키나와 캠프 기간에 열린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 착실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타이거즈맨'이 된 황대인은 이번 시범경기 2경기에서 4타수 3안타(2루타 1개) 1볼넷을 기록했다. 3루 수비는 아직 부족점이 있다고 하는데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온 선수인데도 타격 매커니즘이 좋다. 재질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당장 주축선수 역할이 힘들더라도 이범호의 백업 3루수로 기대할만 하다. 프로 첫 시즌부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용규와 최병연은 김기태 감독 취임 후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이다. 야구팬들에게 아직 다소 낯선 얼굴인 최용규는 원광대를 졸업하고 2008년에 입단한 중고참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간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8푼9리, 1홈런, 6타점. 이게 1군 기록의 전부다. 입단 초부터 주전경쟁의 벽에 막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고, 제대 후에는 2군에서 1군을 꿈꿨다.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최용규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9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었다. 2루 수비도 준수하다고 기동력도 있다.
성균관대 출신인 최병연은 2010년에 신고선수로 타이거즈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1군 경기 출전 기록이 없는 철저한 무명선수였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잠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기존의 주전 선수에 치여 기회를 잡지 못했다.
7일 NC전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최병연은 중간에 3루수로 이동했다. 8일에는 유격수로 나서 2루타를 때렸다. 유격수와 3루수, 2루수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 올해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고 해도 경기장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등번호 '0'이 눈에 띈다.
새 얼굴들의 등장으로 KIA 내야진에 여유가 생겼다. 기존 내야수들과의 경쟁이 이뤄지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KIA 선수층 빈약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며 선수 육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 능력만 보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좌고우면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줬는데, 벌써부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