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레전드' 안재형 전 대한항공 감독(50)이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로 컴백한다.
대한탁구협회는 4월 중국 세계탁구선수권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남녀 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선임했다. '백전노장' 강문수 총감독 체제에 남녀대표팀 코치 각 2명을 선임했다. 남자대표팀 코치로는 안재형 전 대한항공 감독과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 여자대표팀 코치로는 박지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코치와 박상준 렛츠런탁구단 코치를 임명했다.
안 신임 남자대표팀 코치는 유남규, 현정화 등과 함께 1980년대 탁구 전성시대를 연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지도자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서 김 완, 유남규, 박창익,박지현 등과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고,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에선 양영자와 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선 유남규(현 에쓰오일 감독)와 복식 동메달을 합작했다. 올림픽 직후인 1989년 중국의 여자 탁구스타 자오즈민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결혼에 골인해, 전국민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선수 은퇴후 지도자 생활을 꾸준히 이어갔다. 1992∼1997년 동아증권 코치를 거쳐,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 코치로 김택수(현 대우증권 총감독)의 남자단식 금메달을 도왔다. 2000년 탁구 국가대표팀 상비군 감독과 2001년 오사카세계선수권 남자대표팀 코치, 2004~2005년 한체대 탁구팀 감독으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2006년 대한항공 여자탁구팀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2006년 말 아들 안병훈(24)의 골프 뒷바라지를 위해 사표를 쓰고 미국으로 떠났다. '골프 대디'로 성공신화를 썼다. 7세 때 골프를 시작한 안병훈은 부모의 우월한 운동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2009년 최고권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직접 캐디백을 멘 '탁구 레전드' 출신 아버지와 '골프 신동' 아들이 뜨겁게 주목받았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해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안병훈은 최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EPGA 투어 커머셜 뱅크 카타르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톱5에 올랐다. 올해 3대회 연속 상위권에 입상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아들의 골프백을 메던 안재형은 탁구계 컴백을 결심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과 변화, 신구 조화와 화합을 위한 '안재형 카드'를 뽑아들었다. 오랜 미국 생활, 아내 자오즈민 덕분에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하고, 국제감각을 갖춘 점을 높이 샀다. '탁구 1강' 중국과의 소통에도 힘을 발휘할 멀티카드로 판단했다. 안 코치가 한동안 국내 탁구계를 떠났던 점을 감안해, 오랜 기간 대표팀 코치로 일하며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고, 세심한 업무 처리로 인정받아온 이철승 코치(삼성생명 감독)를 함께 임명해, 조화를 꾀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끌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을 발굴하고 30년 가까이 '최강' 삼성생명 탁구단을 이끈 '백전노장' 강문수 총 감독이 남녀 대표팀을 총괄한다. 지난 30년간 현장을 지켜온 승부사로서, 난세에 대한민국 탁구의 중흥을 이끌 책임자로 임명됐다. 2001년 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남자단체전 4강을 이끌었던 강문수 감독-안재형 코치 체제가 14년만에 부활했다.
여자대표팀의 박지현 코치는 2013년 파리세계선수권 이후 3년째 여자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공부하는 지도자로서 여자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끌어온 점을 인정받았다. 2011년 로테르담세계선수권 당시 여자대표팀에서 일했던 박상준 코치 역시 오랜만에 태릉에 돌아오게 됐다. 소속팀인 렛츠런에서 현정화 총감독과 함께 '톱랭커' 서효원의 성장을 이끌어온 박 코치의 꼼꼼한 데이터 탁구가 '세대교체기' 여자탁구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