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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전격 은퇴를 선택하게 된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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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스타 설기현(36)의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 적잖은 충격파를 불러왔다.

시즌 개막을 코 앞에 둔 원 소속팀 인천 구단은 크게 당황했고 축구팬들은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축구팬들은 설기현의 은퇴-성균관대 감독대행 전향 소식을 접하면서 갑작스럽게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가장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설기현이 속사정을 내비쳤다.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다.

설기현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사한 화법을 살펴보면 왜 전격적인 결심을 하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꿈'과 '현실'이 공교롭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설기현은 오래 전부터 지도자를 꿈꿔왔다고 한다. 흔히 지도자로 새출발을 한다고 하면 코치 연수나 보조 코치로 시작하는 걸 생각하지만 설기현은 달랐다.

평소 지인들과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할 때 항상 "나는 지도자를 하게 된다면 감독부터 하고 싶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설기현이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어한 이유가 있다. 그는 그동안 오랜 유럽생활과 대표팀에서 많은 지도자를 경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놓은 축구철학과 소신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펼치고 싶은데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는 한계가 있어서 감독으로서 나의 팀을 이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K리그나 실업팀 같은 팀을 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설기현 입장에서는 아마추어 학교팀 감독이 현실적이었다. 그런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성균관대는 최상의 '출발점'이었다. 설기현이 품어왔던 '꿈'이 마침내 다가온 것이다.



이런 '꿈' 뒤에 쉽게 터놓기 힘든 '현실'도 있었다. 빠른 1979년생인 설기현은 1978년생과 같이 학교를 다녀 실제 나이로는 38세라고 했다. 지난 2012년 인천 구단에 입단하면서 은퇴를 서서히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올시즌 앞두고 동계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세월의 무게를 절감하게 됐다. "힘들어도 억지로 버틴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신임 김도훈 감독 입장에서는 약체로 분류된 인천 구단 특성상 훈련을 강하게 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인천은 대부분 젊은 선수라 설기현 이천수 등 고참이 있다고 해서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그럴 여유가 없다. 고참 선수의 경우 때때로 배려를 해주면 될 일이다.

설기현은 "38세 나이면 선수로서 할만큼 한 시기여서 그런지 김 감독이 배려해주는 데도 훈련을 따라가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았다"면서 "결국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올해가 나에게 마지막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설기현은 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품은 듯하다. 그는 "사실 내가 팀의 핵심 전력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내가 빠지더라도 큰 공백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구단 재정 사정이 어려운데 내가 빠지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한계를 느끼는 판국에 팀내 고액 연봉자가 1년을 억지로 버티느니 후배의 기회를 위해 비켜서는 게 낫다는 생각이 설기현을 압박한 것이다.

결국 설기현은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타이밍 절묘하게 '꿈'이 다가오자 손을 내밀었다. 성균관대가 설기현 낙점을 최종 확정한 것은 지난 1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공개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설기현은 "나의 갑작스런 은퇴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데 달게 받아들이겠다. 앞으로 성공하는 지도자로 보답하겠다"면서 "대학 감독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해서 그 나라의 좋은 팀이나 대표팀을 지휘하고 싶은 큰 꿈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