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강정호(28)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른 시기에 홈런을 쏘아올렸다. 4일(한국시각) 시범경기 개막전인 토론토전에서 우중월 1점홈런을 때려냈다. 본인 스스로 "홈런을 빨리 만들어낸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다. 강정호의 이번 경기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강정호 입장에선 '종합선물세트'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치인 파워를 입증했고, 우려섞인 시선을 받았던 수비에서도 큰 문제점을 보이지 않았다. 홈런세리머니 또한 강정호가 피츠버그 문화에 한시라도 빨리 녹아들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날 강정호는 토론토 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를 상대로 밀어쳐 홈런을 때려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좋은 스윙이었다"고 칭찬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한국에서 40홈런을 때렸다. 강정호를 설명하는데 있어 40홈런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역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야구 수준차였다. 한국에서 이름을 날렸던 홈런타자지만 미국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얘기. 밀어친 홈런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강력한 파워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런 저런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를 데려온 이유 역시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거포였기 때문이다.
홈런에 가려지긴 했지만 수비 역시 박수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2회에 아웃카운트 3개 모두를 자신이 해결했다. 수비 시프트로 안타성 타구를 잡아 1루로 정확하게 송구하는 장면도 나왔고, 더블플레이도 매끄럽게 처리했다. '거포 유격수' 강정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여러차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애를 태웠다.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강정호에게 '수비 트라우마'는 없었다. 피츠버그 코칭스태프도 이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음은 말할 것도없다.
강정호의 홈런세리머니도 이날 화제였다. 강정호는 홈런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양 엄지손가락을 맞대며 'Z'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2012년부터 이 세리머니를 통해 서로간의 결속을 다지고 긴장을 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세리머니 이후 피츠버그는 2013년부터 상승세를 타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동료들의 관심사, 그들의 생각을 우선적으로 알려고 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새내기 이방인의 이런 자세는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있어 의미있는 하루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