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시스템의 힘"이라고 했다.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의 핵심을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 속에 체력부담이 극심한 양동근의 분전과 미드 레인지 점퍼를 완벽하게 업그레이드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경기력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모비스의 우승은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이후 모비스는 5차례나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10시즌 동안 절반의 정규리그를 제패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 2년 연속 2위였다.
아무리 뛰어난 멤버를 갖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올 시즌 전력을 보자.
시즌 전 예상을 보자. 모비스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변수가 많았다. 가장 큰 변수는 로드 벤슨의 퇴출이었다. '뒷돈 요구'를 노골적으로 하면서, 팀 분위기를 흐트러뜨렸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프런트는 결단을 내렸다. 과감히 그를 퇴출시켰다. 시즌 직전 그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웬만한 구단의 경우 요구를 수용하거나 팀 분위기가 다소 흐트러지더라도 달래는 경우가 많다. 벤슨의 퇴출은 모비스의 전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수 있는 배경에는 유 감독이 지적한 '시스템의 힘'을 벤슨의 존재감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벤슨이 퇴출된 자리에 아이라 클라크가 들어왔다. 올 시즌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상위권 팀들의 세컨드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게다가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함지훈은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경기 기복을 보였다. 즉, 전력 자체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물론 모비스 특유의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베스트 5 자체는 이름값에서 밀리지 않는다.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 스몰포워드 문태영, 센터 라틀리프가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다. 사실 농구에서 리딩(포인트가드), 득점(스몰포워드), 골밑장악(센터)의 핵심이 서는 팀은 강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정규리그 우승의 확실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밀한 약점들이 존재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문태영의 경우 국내선수가 잡을 수 없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유독 판정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는 여러 차례 면담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수비력 자체는 강하지 않다. 특히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빠른 선수를 맡을 때는 허점이 많이 생긴다. LG 시절에는 더욱 이런 경향이 심했다. 당시 문태영은 파워포워드를 보면서 골밑에서 몸싸움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판정에 대한 항의와 무리한 공격으로 팀 흐름을 망가뜨린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LG에서 문태영의 활용법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 모비스에서 그는 스몰포워드로 정착했다. 심플하면서도 파괴적인 농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 부분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판단이 빛나는 부분. 하지만 올 시즌 판정에 대한 항의가 유독 심해졌다. 수비에 대한 집중도도 좋지 않았다. 실제 두 가지 약점 때문에 문태영이 망친 경기가 꽤 있었다.
결국 모비스는 양동근과 라틀리프를 중심으로 올 시즌 내내 버텼다. 즉, 모비스의 경우 올 시즌 내내 악전고투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하기에는 외부 변수가 많이 불리했다.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 중 보이지 않는 변수는 상대팀의 부진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SK의 경우 우승의 중요한 순간, 박상오와 김민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정규리그를 치르면 부상 변수는 언제든지 발생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이럴 경우 부상대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정규리그 전략의 B 플랜이다. SK는 상대적으로 포워드가 풍부한 팀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코트니 심스의 활용법도 좋지 않았다. 즉, 절대적인 전력의 상승를 이뤄내지 못하며, 지난 3년간 천적관계를 유지했던 모비스에게 고비마다 발목을 잡혔다. SK가 정규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LG의 경우, 대표팀에 차출된 문태종의 극심한 체력부담, 김종규의 부상이 있었다. 시즌 전 키 플레이어로 지목된 기승호도 부상으로 중반 이후 합류했다. 게다가 핵심적으로 데이본 제퍼슨이 몸을 제대로 만들어 오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미 우승권에서 멀어진 상태였다. LG의 경우 지난해 12승20패로 분명히 6강 탈락의 위기였다. 하지만 외부 악재 때문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김영환이 제대로 몸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LG는 지난 시즌 챔프전의 아픔을 경기력으로 승화하지 못했다. 오히려 발전이 기대됐던 김시래 양우섭 등은 시즌 초반 좋지 않았다. 문태종과 김종규, 제퍼슨의 부진을 메울 수 있는 여력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손발을 맞추는 첫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보다 오히려 경기력은 더욱 떨어진 측면이 있다. 의미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LG가 시즌 초반 5할 승부만 했다면, 11연승을 한 이후 우승경쟁에 끼어들 수 있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우리가 잘해서 이긴게 아니라 상대가 못한 부분이 크다"고 했다. 이 부분은 좀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유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의 핵심으로 말한 시스템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LG와 SK는 절대적인 경기력 자체를 시즌 초반부터 끌어올리지 못했다. 물론 부상 악재가 있었지만, 플랜 B가 공고하지 못했다. 결국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고, 4강 플레이오프 직행도 쉽지 않다.(LG의 경우 4, 5위 싸움을 하고 있고, SK는 동부와 경쟁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모비스는 이런 악재가 없었을까. 유재학 감독이 자리를 비운 뒤 김재훈 코치를 중심으로 한 1.5군은 존스컵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 주역이었던 송창용과 전준범의 기량은 올라갔다. 정규리그에서도 그들은 고비마다 외곽포로 모비스에 많은 힘이 됐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약점들이 존재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간간이 보이는 수비미스, 상위권 팀과의 압박감 높은 경기에서 생긴 득점력의 공백 등이 있다.
하지만 항상 모비스는 플랜 B가 있었다. 그들의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3-2 매치업 존을 보자.
기본적으로 모비스는 수비에 대한 숙련도가 높다. 3-2 매치업 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자랜드를 비롯, 모비스의 이런 수비를 깨는 팀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 부분을 고집스럽게 계속 썼다. 순간적으로 깨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인방어를 설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의 수비 공백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수비력이 좋은 이대성이 돌아오면서 3-2 매치업 존의 비율은 조금씩 낮춰지고 있다.)
즉,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력의 한도 내에서 절대적 힘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 모비스의 힘을 상대팀이 넘어서지 못한 결과. 정규리그 우승이 모비스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럼 왜 모비스는 다른 팀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온전히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걸까. 유 감독이 말한 시스템의 힘은 여기에서 발휘된다.
그들은 매우 효율적이다. 정규리그에서 팀 훈련시간은 하루 1시간 30분을 넘지 않는다. 야간훈련을 많이 하지만, 팀 전술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개인 훈련이다. 시즌 중 준비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지만, 김재훈 조동현 성준모 코치 등은 유 감독이 비시즌에 가르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그 부분을 계속적으로 강조했다. 결국 강한 수비와 함께 조직력이 만들어진다.
기본적인 준비 자체가 철저하기 때문에 유 감독이 자리를 비우거나, 벤슨이 퇴출되는 돌발적 악재에도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모비스와 다른 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결국 10년간 5차례 정규리그 우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좀 더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확실한 차이가 보인다. 철저한 비시즌의 준비와 플랜 B다. 모비스의 시스템이 갖는 우월함이다. 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는 점은 공통적 평가다. 지옥같은 전지훈련으로 성과를 냈고, 결국 다른 팀들 역시 좀 더 철저한 전지훈련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프로야구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모비스의 시스템은 확실히 특별하다. 다른 팀들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리그의 발전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테크닉과 파워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