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가 초고속인터넷과 IPTV의 결합상품 판매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가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무선 시장의 강자인 SK텔레콤이 유선시장까지 장악할 경우 그나마 유지되던 이통사의 경쟁 틀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총 1천919만8천934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중 SK텔레콤은 206만893명의 가입자를 확보, 10.7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이 유선 부문에서 두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2010년 시장 진입 이래 4년 만이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274만9600명·14.32%)까지 포함한 범SK 점유율은 25.05%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전체 가입자 증가분 46만1420명 가운데 72.4%인 33만3903명이 SK텔레콤에 가입해 마켓 파워도 강해졌다.
LG유플러스 측은 SK텔레콤이 유치하는 고객 가운데 SK브로드밴드에서 전환한 가입자는 30%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KT·LG유플러스·종합유선방송 등에서 끌어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률이 2002년 이후 급격히 둔화하는데 SK텔레콤만 서비스 개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무선의 5:3:2 구도가 유선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게 LG유플러스의 분석이다.
KT도 상황은 비슷하다. KT 측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결합상품 할인율에 차등을 두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에 대해 '시장지배력 전이·남용 문제는 작년 방통위가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으로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결합판매와 관련한 업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방통위는 작년 말부터 '결합시장 공정 경쟁 전담팀(TF)'을 구성·운영하며 유-무선 및 방송-통신 간 결합시장의 시정을 올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