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어에 울던 서울 SK 나이츠가 지역방어 덕에 웃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고양 오리온스와 SK의 경기가 열린 31일 고양실내체육관. 양팀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홈팀 오리온스는 이날 패하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5위 창원 LG 세이커스와 동순위가 될 여지를 줄 수 있었다. SK는 30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가 안양 KGC에 발목이 잡혔기에, 정규리그 1위 질주의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기회였다.
1쿼터는 완전히 오리온스의 분위기. 공격, 수비 모두 완벽했다. 공격은 커트인, 백도어 플레이가 시도하는 족족 성공되고 외곽슈도 정확했다. 반면, SK는 또다시 지역방어에 울어야 했다. 박상오가 탈장수술로 빠진 후 3번 포지션의 외곽 공격력이 허약해진 SK를 상대로 그동안 대부분의 팀들이 2-3 지역방어를 사용해왔다. 오리온스도 마찬가지였고, SK는 이 수비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그렇게 1쿼터가 22-10 오리온스의 리드로 종료됐다. SK가 상대 지역방어를 깨지 못한다면 가망성이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2쿼터 발목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선형이 과감하게 톱 위치에서 3점포를 꽂아넣고, 원맨 속공으로 득점을 가동하며 상대 지역 수비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3쿼터에 나왔다. 2-3 지역방어는 좌-우 45도 3점슛 찬스를 많이 허용하는 수비다. 하지만 SK는 이날 경기 박승리가 3점슈팅에서 애를 먹었다. 3쿼터 SK 문경은 감독은 1, 2쿼터 가동하지 않던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최부경과 김민수를 동시에 출격시켰다. 그리고 2-3 지역방어의 약점인 45도 공략이 아닌 최부경을 이용했다. 최부경은 계속해서 상대 로우 포스트에서 어슬렁 거리며 찬스를 찾았다. 정통 센터가 없는 오리온스 골밑의 약점을 노린 것. 최부경의 힘과 높이면 충분히 골밑 승부가 가능했다. 최부경이 연속 2번 왼손 골밑슛을 쉽게 성공시키며 오리온스의 지역방어가 허물어졌다. 문 감독의 역공이 성공한 것.
오리온스는 어쩔 수 없이 지역방어 봉인을 풀었다. 이제부터는 헤인즈의 쇼타임. SK 상대들이 지역방어를 서는 가장 큰 이유는 대인방어를 할 때 수비를 우습게 뚫어버리는 헤인즈 때문이었다. 하지만 SK가 지역방어 격파 해답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대인방어를 선택했고, 이 때부터 헤인즈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헤인즈는 이날 경기 27득점을 했는데, 전반에는 8점에 그쳤었다. 헤인즈가 판을 휘저으면 단순히 그의 득점 뿐 아니라 동료들에게 공격 찬스가 파생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게 SK 농구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반면, 1쿼터 신들린 공격력을 선보인 오리온스는 2쿼터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오히려 SK의 변칙수비에 당했다. SK는 후반부터 변칙 지역방어를 들고나와 오리온스를 당황케 했다. 앞선에 김선형 대신 높이가 좋은 박승리를 세우고, 김선형은 특정 선수를 따라다니는 매치업 존을 가동했다. 오리온스 가드진이 이 수비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외곽슛만 쐈다. 라이온스를 통한 1대1 공격 뿐이었다. 그렇게 3쿼터 8득점에 그치며 역전을 허용,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오리온스는 이날 3점슛 21개를 던져 5개 만을 성공시켰다. 2점슛도 35개 중 15개 만을 성공시키며 무너졌다.
양팀의 경기는 66대56 SK의 승리였다. 4연승이다. 2위 모비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