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은 결전에 돌입하는 태극전사들의 사기를 100% 충전시켜 그라운드에 내보낸다. 직접 몸으로 뛴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나와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 벤치를 떠나 태극전사가 일렬로 나오는 통로 앞에 선다. 그리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선수들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만전부터 시작된 슈틸리케 감독과의 하이파이브가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전 선수들과의 하이파이브를 하지 못했던 경기가 있었다. 바로 17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이날이야말로 하이파이브가 필요했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조 1위의 운명이 걸린 경기였다. 무엇보다 베스트 11에 또 다시 파격이 일었다. 원톱에 '무명'이던 이정협(24·상주)이 섰고,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진 조합도 바뀌었다. 이청용(27·볼턴)이 부상으로 귀국한 상황에서 그 동안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 그러지 못했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할 동선이 짧아 타이밍을 놓쳤다. 대회 관계자들은 빨리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입장시켜야 했다.
태극전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내내 안절부절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흐믓했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없이도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행히 승리를 챙겨 호주가 마련해놓은 우승 로드맵을 가로챘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2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정신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호주전과 같이 이기려는 정신력을 가지고, 특히 한 두 선수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써 모든 선수들이 뛰어주는 것이 앞으로 더 향상된 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