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 이름은 아무래도 낯설다.
친한 팀 동료들의 이름은 외우게 되지만 상대팀 선수들의 이름까지 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 선수는 보통 등번호와 함께 오른손 선발 투수, 왼손 몇번 타자 등 상대를 알 수 있는 힌트를 말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팀이름을 잘 모를 때도 있다. 삼성,LG, KIA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아무래도 외우기 편하다. 하지만 외우기 쉽지 않은 팀도 있다. 사실 굳이 팀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 이름을 굳이 모르더라도 어떤 팀인지 다 알기 때문.
삼성의 외국인 타자 나바로 역시 1년을 뛰었지만 두달 정도 떠나 있었다고 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다.
나바로는 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지난해 함께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를 프런트에 물어봤다. 한화의 피에가 재계약 불발이 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두산의 칸투 등 기억이 나는 다른 선수들을 하나씩 물어봤다.
그러다가 롯데에서 뛰었던 유먼이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통역을 맡은 박찬영씨가 "한화로 갔다"고 하자 나바로는 "하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화가 어느 팀인지 기억속에서 매치가 잘 되지 않는 듯. 나바로는 "혹시 블루 유니폼을 입는 팀이냐"고 물었다. NC를 생각한 듯. 블루가 아니고 오렌지라고 하자 알겠다는 듯 갑자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면서 "피에 팀"이라고 했다. 한화를 피에가 있는 팀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그러더니 "하나, 하나"라고 팀 이름을 다시 되새겼다.
나바로는 한화에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해 타율 3할8리에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는데 한화전서 타율 3할6푼9리, 7홈런, 17타점으로 모두 최고 성적을 냈었다.
나바로가 올시즌 한화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한화가 나바로에게 그저 '유먼 팀'으로 기억에 남게 될까. 아니면 무섭게 변한 '한화'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게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