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는 약속을 지켰다. 돈 보다는 도전, 기회에 청춘을 던졌다. 17일(한국시각)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의 메디컬 체크가 끝난 뒤 곧바로 공식 계약발표를 했다. 4년간 강정호가 약속받은 돈은 총액 1100만달러(약 118억5000만원). 5년째는 피츠버그를 떠날경우 100만달러를 강정호가 받고, 남으면 구단에서 550만달러를 주는 옵션조항이 걸려 있다.
4년간 평균 250만달러(약 29억6000만원)를 받게 된다. 단적으로 강정호가 한국에 남아 내년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뛰어든다면 이보다 더 큰 돈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최정(SK)은 팀에 잔류하면서 4년간 86억원을 받았다. 장원준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옮기며 4년간 84억원을 손에 쥐었다. 전 소속팀 롯데는 이보다 4억원 많은 88억원을 베팅했다. 계약 축소발표, 세금보전 의혹 등 갖가지 뒷이야기가 나돌았지만 확인된 건 없다.
이미 외국인선수 계약에서 보듯 FA와 외국인선수 시장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하늘을 찌르지만 딱히 전력을 강화시킬 만한 확실한 카드는 없다. 신인을 키워 구단의 기둥으로 만들려면 최소 5~6년은 기다려야 하고, 이마저도 확률은 낮다.
강정호가 한국에 남았다면 최근 FA광풍 추이를 볼때 4년 기준으로 100억원은 훌쩍 넘는 몸값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확실한 주전 유격수에 40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했다. 데이터를 감안했을 때 투수들이 가장 불편해할 국내 최고타자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돈보다는 꿈을 이루고 싶다. 기회를 더 주는 팀을 원한다"고 했다. 결국 약속을 지켰다. 보장된 금액 4년간 1100만달러는 솔직히 큰 돈이지만 강정호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회비용으론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각종 세금과 이중과세 등을 종합하면 실속은 국내잔류 쪽이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올 법 하다.
강정호는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의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낼 생각은 없다. 벤치에서 스타트를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입단 기자회견 코멘트에 주목한 셈이다.
갈길은 멀다. ESPN은 피츠버그의 내야수비를 30개구단중에서 8위로 꼽았다. 꽤 견고하다. 경쟁자인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는 타격은 다소 아쉽지만 성장기에 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값진 땀방울이 강정호의 2015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