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군데군데 패여있는 부분을 흙으로 메우는 작업이었다.
엄살이 아니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의 우려대로 였다. 17일 주최국 호주와의 2015년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이 펼쳐질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잔디주의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A조 1위로 8강을 멜버른에서 맞고 싶어한다. 조 2위로 8강에 오르면 무대는 또 다시 브리즈번이다. 12일 이미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한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그는 "브리즈번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조 2위로 올라가면 브리즈번에서 또 경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패스축구와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선 브라즈번 잔디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미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잔디를 밟아본 호주의 공격수 로비 크루스(27·레버쿠젠)는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좋았던 적이 없다. 국제 기준에 도달할 수 없는 상태로 실망스럽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럭비 선수들이 잔디를 험하게 사용한 것 같다. 공연도 자주 열린다. 축구를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알랭 페렝 중국 감독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른 뒤 "너무 나쁘다"며 혹평을 했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잔디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브리즈번 스타디움을 찾았다. 취재진은 그라운드로 내려가는 길이 통제돼 잔디를 만져볼 수 없다. 그러나 잔디의 질과 상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다. 운좋게도 그라운드에 접근해 잔디를 만져볼 수 있었다. 첫 느낌은 뻣뻣했다. 마치 빗자루를 만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어 그라운드 전체를 둘러봤다. 잔디가 없는 곳이 여러군데였다. 선수들의 스터드(축구화 바닥의 징)에 패어진 부분도 많았다. 고르게 정돈된 천연 잔디가 아니었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불량한 잔디 상태에 대한 생생한 얘기를 들려준 이도 있었다. 바로 2005~2009년까지 브리즈번 로어에서 활동했던 서혁서 전 울산 코치 겸 트레이너였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은 당시 서 코치의 홈 구장이었다. 서 코치는 "호주 잔디는 한국보다 숱이 많다. 선수들이 뛰기 힘들다"고 했다. 럭비전용구장이었기 때문에 잔디가 푹신하다고 했다. 서 코치는 "잔디가 뻣뻣해 패스할 때 더 세게 차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더운 지방이고, 럭비 전용구장이었다보니 잔디 밑이 푹신하다. 선수들의 체력이 두 배로 소모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5~2008년 브리즈번 로어의 코치를 역임했던 신태용 A대표팀 코치는 "원래 잔디 상태는 훌륭하다. 호주 국가대표팀 경기도 다 여기서 한다. 그런데 럭비 시즌이라 안 좋은 것 같다. 최근에 럭비 경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으면, 공격수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근호(30·엘 자이시)는 "아시아의 열악한 나라에 비하면 좋은 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보다는 잔디가 짧고, 비가 오면 빠른 볼에 대한 체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정협(24·상주)은 "TV로 다른 팀 경기를 봤는데 잔디 상태가 안좋은 것 같다. 축구화 상태를 잘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브리즈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