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의 계절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세법에 따라 의료비, 교육비 등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말정산 환급액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유리지갑' 월급쟁이들 사이에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절세 요령이 큰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한국납세자연맹이 절세를 위해 요기한 '팁'을 제공했다. 국세청의 연말정산 설명 자료에서 '소득이 많아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배우자가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으면 절세효과가 커진다'고 안내한 것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작년까지 소득공제 항목이었던 의료비와 교육비, 기부금 등이 대거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작년까지는 과세표준을 줄이는 것이 맞벌이 절세의 핵심이었던 반면 올해는 세액공제 다음 단계인 결정세액을 줄여야 절세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16일 "국세청이 최근 맞벌이 부부의 연말정산과 관련해 종전 세법에 뿌리를 두고 잘못된 절세상식을 전파, 납세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맞벌이 부부들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맹에 따르면 작년까지는 높은 세율구간을 적용받는 배우자 쪽으로 소득공제를 몰아줘 과세표준을 줄여야 절세혜택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높은 세율구간이라도 정액의 세액공제밖에 못 받기 때문에 부양가족공제 등 기본공제를 연봉이 높은 남편에게 몰아주면 세액공제로 바뀐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공제도 모두 남편이 받아야 한다. 따라서 남편 세금은 줄어드는 대신 부인이 공제받을 금액이 아예 없어져 절세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연맹은 '2014 연말정산 자동계산기'로 연봉 4000만원인 남편 A씨와 연봉 3000만원인 부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부양가족(62세 모친, 7세 아들, 5세 딸) 모두를 남편이 공제하는 경우 남편의 과세표준이 2031만3531원으로 15%의 세율이, 부인은 과세표준이 1175만2649원으로 6%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남편의 보험료와 연금저축 및 기부금 세액공제 합계액은 75만원, 부인은 보험료 세액공제액 6만원이 있다. 부부와 모친, 자녀들이 지출한 의료비와 교육비 지출을 모두 더하면 각각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있는 케이스다.
국세청 안내에 따라 높은 세율구간을 적용받는 남편 A씨가 모친과 자녀 부양가족공제를 모두 받으면 A씨의 세금은 0원이지만 아내는 33만947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모친과 딸에 대한 공제는 남편이, 의료비 지출이 없었던 아들에 대한 공제는 부인이 받도록 하면 남편과 부인 모두 결정세액이 0원이 된다. 부부의 절세혜택이 33만9470원 증가한 것이다.
납세자연맹 홍만영 팀장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과세표준을 낮추는 쪽으로 맞벌이부부 절세를 권유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부부 각각의 결정세액이 동일하도록 과세표준과 세액공제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게 올해 맞벌이부부 연말정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봉이 다른 부부 각각의 결정세액이 동일하도록 공제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연맹과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자동계산기로 여러 경우의 수를 비교해봐야 하는데 이런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입력 값이 저장되지 않는 국세청 연말정산자동계산기보다 입력 값이 저장되는 연맹 연말정산자동계산기가 적격"이라고 덧붙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