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쿠웨이트는 슈틸리케호에게 만만한 상대일까.
한국과 쿠웨이트 간의 A매치 전적은 21전 9승4무8패다. 그런데 아시안컵 상대전적은 한국이 열세다. 한국은 1972년 태국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04년 중국 대회까지 쿠웨이트와 7차례 맞붙어 2승1무4패에 그쳤다. 한국이 아시아 무대 최강으로 떠오른 1990년대 이후에도 힘의 균형은 쿠웨이트로 기울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 0대2,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 0대1로 졌다. 조별리그에서의 만남이었기에 타격이 더 컸다. 두 대회 모두 한국은 정상과 연을 맺지 못했다. 중국 대회에서 4대0으로 대승하면서 쿠웨이트 징크스를 털었지만, 이란에 덜미를 잡혀 8강에서 무너졌다.
11년 만에 다시 펼쳐지는 아시안컵 맞대결이다. 슈틸리케호는 부담이 덜하다. 오만을 잡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반면 쿠웨이트는 개최국 호주에게 1대4로 참패했다. 한국전에서 패하면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다. 때문에 한국전에서 어떻게든 승점을 따내야 한다. 벼랑 끝 심정으로 무장됐다. 잃을 게 없는 쿠웨이트가 한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고전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경계심은 더 커진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평정심'을 강조했다. 그는 12일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쿠웨이트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인가에 의문이 있다. 대회 첫 경기부터 수비적으로 나오는 팀이 한 순간에 공격적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쿠웨이트의 전력을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원톱이든, 투톱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중요하다. 상대가 전술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것(전술)에만 신경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나빌 말룰 쿠웨이트 감독은 "며칠 쉬지 않았지만 (호주전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한국전에)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보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