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새롭게 해석한 연극 '겨울 맥베스'가 오는 21일부터 2월 1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된다. 원작 '멕베스', 그리고 멕베스의 부인에 주목한 한태숙 연출의 '레이디 멕베스'와 달리 멕베스 일행이 황야에서 조우했던 마녀에 포커스를 맞췄다.
남편과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악녀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에도 무성하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검은 옷의 겨울 마녀를 찾아 나선 세 소년은 황량한 광야에서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과 마주친다. 그 여인은 사랑과 살인의 기억 속에 겨울을 나는 '여자 맥베스'다. 한 순간의 욕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게 된 남자 맥베스와 여자 맥베스. 그들은 끊임없는 죄의식에 시달리며 밤마다 영겁의 지옥을 반복한다. 마녀가 된 여자 맥베스. 그녀에게도 과연 봄이 올 수 있을까.
'여자 맥베스'역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인 김현희가 맡는다. 러시아 기치스(러시아 국립 예술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움직임 석사 학위를 받은 김현희는 섬세한 무대 움직임과 러시아 정통 메소드 연기로 부러질 듯 연약하면서도 모든 것을 삼킬 듯 강한 '여자 맥베스'를 그려 낸다. 이번 공연은 특히 김현희 교수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김애자, 움직임을 맡은 김선권, 화술 지도 김현아 등 러시아 유학파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눈길을 모은다. 강도 높은 훈련과 체계적인 제작방식으로 정통 연극의 묘미를 선사할 참이다.
스스로 겨울 마녀가 되어버린 과거의 '여자 맥베스'가 21 세기 소년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소년들은 신화가 되어버린 마녀, '여자 맥베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녀의 과거들을 따라가게 된다. 소년들의 순수함과 용기는 돌이 되어버린 '여자 맥베스'의 마음을 녹여 움직이게 되고,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진실 '살인의 비밀들'이 드러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