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없이 200이닝!"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 두 시즌 연속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최강의 3선발로 인정받았다. 선발 왕국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이라면 2선발을 맡고도 남을 실력이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라는 2명의 사이영상 투수가 버티고 있다. 지난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3년차인 2010년 13승10패, 평균자책점 2.91의 성적으로 일약 다저스의 에이스로 뛰어올랐다. 이듬해에는 21승5패, 평균자책점 2.28로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12년과 2013년 각각 14승과 16승을 올린 뒤 지난 시즌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로 두 번째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현역 최강의 에이스다.
그레인키는 200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8년 처음으로 두자리 승수를 올리며 정상급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이어 2009년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 24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된 그레인키는 2012년말 FA 자격을 획득, 6년 1억4700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다저스로 이적해 2013~2014년, 두 시즌서 각각 15승과 17승을 따내며 기량을 이어갔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선수가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이닝 소화 능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커쇼는 3년차인 2010년 처음으로 200이닝을 넘긴 뒤 이듬해 사이영상을 받는 투수가 됐고, 그레인키 역시 2008년 첫 200이닝 시즌을 보낸 후 2009년 사이영상을 손에 쥐었다.
류현진은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올해도 10승이 목표다. 올해는 2점대 평균자책점도 물론 좋지만 200이닝을 우선시하고 싶다. 이닝이 늘어나면 승수도 올라갈 것이다"고 올시즌 목표를 밝혔다. 류현진 역시 200이닝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커쇼와 그레인키가 그랬던 것처럼 200이닝을 넘기면서 진정한 풀타임 선발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류현진은 30경기에서 192이닝을 던졌다. 특별한 부상은 없었지만, 10일만에 등판한 경기가 두 번 있었고 메이저리그 첫 시즌 체력 부담을 걱정한 돈 매팅리 감독의 배려로 30경기 등판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시즌 막판 3주 정도 쉬는 바람에 26경기 등판에 그쳤고 150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류현진은 '200이닝'을 강조했다.
3선발이기 때문에 류현진은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올해 32~34경기 등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200이닝 이상을 각각 5시즌, 6시즌 보냈다. 4일 또는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체력과 레이스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두 시즌 동안 56경기에 선발로 나가 344이닝을 던져 선발 평균 6.14이닝을 기록했다.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200이닝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33번의 선발등판이 필요하다. 만일 30번의 선발 등판을 하게 된다면, 경기 평균 6.67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200이닝 달성을 위해서는 부상없이 꾸준히 등판해 평균 6~7이닝을 던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당분간 LA에서 개인훈련을 한 뒤 최대한 빨리 애리조나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저스는 2월 중순 애리조나주 카멜백랜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200이닝은 에이스로 가기 위한 과제이며,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