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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패배, '수적 우세'에 담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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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자에이의 퇴장이 준 변수, '수적 우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경기다. 예상 라인업과는 달리 깜짝 선발 출장해 눈길을 끌었던 선수도 있었고, 부담스러운 이란 원정에서 생애 첫 A매치를 치른 선수도 있었다. 또, 지난 잠비아전에 이어 이번엔 90분 내내 이어진 선 굵은 축구,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교체 카드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법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며 얻었던 '수적 우세'에 대해 되짚어보고 싶다.

0-0으로 이어지던 후반 10분, 경기의 향방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과 이란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만한 변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쇼자에이의 퇴장'이었다. 이란전 패배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하는 건 아무래도 경기 운영, 선수 기용, 교체 투입,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력보다는 '수적 우세'라는 메리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왜 11명이 뛰는 대한민국이 10명이 뛰는 이란을 압도하지 못했냐는 데에서 느낀 실망감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30여 분을 남겨놓고 상대 선수가 한 명이 퇴장당했다는 것은 상당한 호재임이 틀림없다. 다만 이것이 곧장 엄청난 '수적 우세'의 차이를 일으키며 최강희호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가령 4-4-2를 유지하던 팀에서 한 명이 퇴장당하면 공격수 한 명을 줄이고 수비진과 허리진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보통이며, 이란 역시도 기본 수비 대형은 그대로 유지하며 남은 시간에 임하려 했다. "수적 우세란 것은 1:1로 맞붙었을 때나 해당하는 얘기다. 10대 9로 싸웠을 경우 상대가 수비에 치우친다면 이는 무의미한 얘기가 된다."는 어느 감독의 멘트를 보아도 그렇다.

▶ 혜택 누리지 못한 최강희호, 무엇이 문제

한 명이 더 많이 뛰는 상황, 관건은 '어떤 식으로 수적 우세의 혜택을 누리느냐'였다. 그 혜택은 종전의 공격 패턴만 반복해서는 얻기 힘들다. 필드 플레이어가 부족하다는 것은 선수 한 명당 책임져야 할 공간이 넓어짐을 의미하는데,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플레이가 나와야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일례로 상대 선수가 퇴장 당했을 때 적잖은 감독들이 볼을 측면으로 돌리면서 상대를 끌어내고, 중앙에서의 수적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이번 이란전 패배가 아쉬운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데, '전술적', '체력적'인 문제를 그 원인으로 꼽고 싶다. 쇼자에이의 퇴장 이후에도 최강희호는 추가로 가담하는 자원 없이 원톱과 세 명의 미드필더 4명으로 기본 공격진을 꾸렸고, 주된 공격 루트는 여전히 김신욱의 머리였다. 기성용-박종우(하대성)와 공격진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는데, 그 상황 속에서도 단조로운 공중볼 패턴을 고수해 오히려 대응책을 쉽게 내줬다는 생각이다. 똑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자, 이란 수비는 함께 점프하며 정확한 타점을 방해했고, 이에 공격의 주효는 심히 떨어졌다.

고지대에서 느낀 체력 저하의 부담도 컸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강희호 역시 종종 측면으로 볼을 보내 크로스의 효과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을 구사함에 있어 지친 동료들이 같이 싸워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상대 선수와 1:1로만 경합하는 건 수적인 우세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 결과 크로스의 성공 확률도, 공격 템포도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교체 투입된 손흥민과 이청용이 가끔씩 공격진-허리진 사이에서 볼을 잡고 드리블을 친다 해도, 이것이 연계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결국엔 최강희호의 발목을 잡았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